그린워싱, 친환경이라는 판타지
환경 파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심상치 않아졌다. 모두가 지구 환경을 보존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이제 사람들은 기후 위기로 삶의 터전을 잃은 북극곰을 가엾게 여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의 정상적인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환경을 지키려 한다. 근래 들어 친환경이라는 단어 대신 ‘필(必)환경’이라는 개념이 대두된 것도 이 때문이다. 환경을 지키는 것이 단순히 ‘하면 좋은 것’이 아닌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환경이 파괴되면 우리의 삶에 어떠한 문제가 생기는지는 구태여 언급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 것이다. 또한 이러한 환경 문제가 발생하게 된 배경이 상업주의가 양산한 플라스틱 및 쓰레기 때문이라는 것도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품 용기를 사용하려는 ‘용기내 챌린지’부터 ‘업사이클링’이나 ‘제로웨이스트’ 등이 우리 사회에 유행처럼 자리 잡게 된 것은 모두 소비주의 사회가 가속화한 환경 파괴 속도에 제동을 가하기 위해서이다. 금융계에서 핵심 단어로 꼽히는 *‘ESG’의 첫 약자가 ‘Environment(환경)’인 것만 봐도 현재 환경 보존이 얼마나 중요한 트렌드인지 알 수 있다.
이런 세계적 흐름에 따라 많은 소비자 역시 환경을 지키는 것을 중요한 소비 가치로 여기고 있다. 이에 기업들도 사회적 책임을 다함과 동시에 트렌드에 발맞춰가기 위해 친환경 또는 필환경을 기업 경영의 주요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대표적으로 친환경을 실천하려고 노력 중인 기업이 바로 ‘스타벅스’이다. 스타벅스는 2018년 국내 최초로 종이 빨대를 도입하고 친환경 음료 옵션을 출시하는 등 친환경 마케팅을 상당히 잘 이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기업이다. 특히 2025년까지 일회용 컵 제로화에 도전한다고 선언하며 ‘Better Together: 가치있는 같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런데 이런 스타벅스가 최근 ‘그린워싱(GreenWashing)’ 논란에 휩싸였다.
그린워싱이란 환경 파괴적인 기업이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해 친환경적인 것처럼 거짓 선전하는 ‘위장 환경주의’를 가리킨다. 한마디로 기업이 ‘친환경적인 척’하며 소비자들에게 다가가는 것을 말한다. 스타벅스는 최근 일회용 컵 제로화 프로젝트의 시작으로 ‘리유저블 컵 데이’라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는 행사 지정일에 매장을 방문해 음료를 주문하면 한정판 다회용 컵에 음료를 담아 제공하는 행사로, 다회용 컵 사용을 권장하는 의도로 진행된 행사이다. 그러나 이 다회용컵이 바로 그린워싱의 논란을 불러일으킨 핵심이었다.
우선 이 이벤트에서 사용된 다회용 컵의 소재는 ‘폴리프로필렌’으로 사실상 일반 플라스틱이라 할 수 있다. ‘리유저블’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스타벅스 측에서 권장하는 사용량은 약 20회에 그친다. 심지어 컵의 소재는 생분해 플라스틱도 아닐뿐더러 표면에는 컬러 잉크가 인쇄돼 있어 재활용도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이 이벤트를 위해 새로 찍어낸 플라스틱 컵의 개수도 평소 주문량의 2배가 되는 수준으로 알려져 더욱 논란이 됐다. 플라스틱을 줄이려 이같은 이벤트를 진행했으나, 결과적으론 더 많은 플라스틱의 소비를 불러일으켰다는 것이다.
사실 스타벅스의 그린워싱 논란은 처음 발생한 것이 아니다. 매년 찍어내는 스타벅스 MD의 종류와 개수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비록 머그잔과 텀블러가 여러 번 쓸 수 있는 제품이라 해도, 그 개수가 필요 이상으로 늘어난다면 이를 친환경이라 볼 수 있을까? 필요 이상으로 많은 MD를 출시하는 것은 그저 충성 고객들의 수집욕을 자극해 지갑을 노리는 수법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많은 소비자의 환경 감수성이 높아진 만큼 녹색경영을 표방하려 노력하는 것은 어떤 기업이건 필수적이라 느끼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원하는 건 단순히 친환경을 마케팅에만 이용하는 것이 아닌 진정으로 환경을 위하는 기업의 모습이다. 스타벅스가 지향하는 친환경이 그저 판타지에만 그치지 않고 그린오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길 바란다.
*ESG :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책임을 회피하는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겠다는 글로벌 금융자본의 새로운 투자 지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