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운전사>와<1987>, 나를 일깨운 기자 정신
서울과기대신문사에 들어와 수습기자부터 시작하며 어느덧 편집장 자리까지 오르게 됐다. 오랜 기간 기자 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취재 활동과 기사 작성 활동을 통해 기자라는 자리가 무엇인지 슬슬 감이 잡힐 만도 하다. 하지만 내가 정말 바람직한 기자인지, 바람직한 기자가 무엇인지에 대해 답을 하라고 하면 명쾌한 답을 내릴 수가 없었다. 그런데 역사적인 큰 사건을 다룬 두 영화를 보고 기자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됐다.
영화 <1987>은 표면적으로는 군사독재 막바지인 대한민국에서 자유롭고 민주적인 사회를 이룩하기 위해 고된 싸움을 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이 영화의 가장 매력적인 점은 아마도 등장인물 모두가 강렬한 인상을 안겨준다는 점인 것 같다.
그리고 다양한 장면에 초점을 두며 영화를 바라볼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이를테면 보통 군사독재를 끝내고 민주주의를 이룩하는 과정 자체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 이외에도 박처장에게 충성하며 서울대생 박종철 씨를 고문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던 조한경 반장이 애국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는 점을 통해 악인의 심경 변화 과정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영화 속에 등장하는 많은 기자들이 열정적으로 일하는 모습을 보며 기자들의 직업정신을 엿볼 수 있다는 점도 있다.
편집장은 <1987>의 등장인물 중에서 이희준 배우가 연기한 동아일보 윤상삼 기자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윤상삼 기자는 인터넷이 발달되지 않은 시대에서 직접 발로 뛰어다니며 정의를 위해 싸우는 용감한 언론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경찰과의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으며, 박처장에게도 주눅들지 않고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는 모습을 보고 기자라는 자리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멋진 기자를 표현한 영화라고 하면 <택시운전사>도 함께 떠오른다. 1980년 당시 광주에서 벌어진 민주화 운동을 취재하기 위해 서독에서 온 힌츠피터 기자가 직접 위험을 무릅쓰고 광주에 진입하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특히 대규모 시위 현장을 촬영하는 것 외에도 병원에서 주저앉아 함께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편집장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기자의 모습이라고 느꼈다.
물론 오늘날에도 많은 기자들이 직접 발로 뛰어다니며 보도거리를 찾아낸다. 공중파 뉴스를 보면 유명한 정치인을 취재하기 위해 기자들이 마이크와 카메라를 들고 밖에서 열심히 뛰어다니는 모습을 어렵게 볼 수 있다. 1987년이 아닌 2022년에도 윤상삼 기자 같은 사람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편집장 역시 열정을 가지고 부당하다고 느낀 사건에 대해 취재를 해본 기억이 있다. 구체적으로는 인재원 거주자들에 대한 권리 문제를 다뤘는데, 기자로서 학교 측에 적극적으로 해명을 요구하는 행위 같은 것은 하지 않고 그저 인재원 거주자를 직접 인터뷰해 기사로 작성하는 것에 그쳤다. 그러나 단순히 기성 언론에서 이미 문제삼았던 사건사고를 다시 가공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잘못됐다고 느껴지는 상황을 직접 신문 기사로 다룸으로써 기자의 직업정신이 무엇인지 얕게나마 느낄 수 있어 분명히 기쁜 과정이었다.
주어진 연간 발행 일정에 얽매여 열심히 기사 작성을 하고 신문을 만드는 과정의 연속에서, 기자로서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면 어떤 경험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물론 현재 우리대학 안팎으로 카메라를 들고 취재를 다니며 다양한 기사를 작성하는 것도 충분히 보람찬 일이다. 그러나 가끔 편집장도 무언가 잘못을 저지른 유명인사를 직접 찾아가 용감하게 질문을 던지는 용감한 모습을 상상하고는 한다.
훌륭한 기자를 꿈꾸는 이들에게 영화 <1987>과 <택시운전사>를 추천하고자 한다. 두 영화 모두 표면적으로 이미 범국민적으로 잘 알려진 사건을 다루는 영화지만, 영화 흐름 속에서 기자가 어떻게 큰 역할을 해내는지 알 수 있으며 기자에게 사명감이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도 깨달을 수 있다. 앞으로도 대한민국에서 수많은 윤상삼 기자와 힌츠피터 기자가 나올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