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불매운동, 본사에 경각심을 전달해야
10월 15일 (토)에 경기도 평택시의 SPC 계열의 한 제빵 공장에서 23살 여성 근로자가 샌드위치 소스 배합기에 몸이 빨려 들어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안전장치가 제거된 소스 기계에 앞치마가 끼어 들어갔다가 상반신이 같이 끼어 들어간 것이다. 안전장치가 있고 원칙대로 2인 1조로 소스 배합기에 소스를 투입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였다. 23일(일)에는 경기도 성남시의 SPC 계열사인 샤니 제빵 공장에서 한 40대 근로자가 작업 도중 기계에 손가락이 절단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안전을 위한 대비가 강조되는 2022년 대한민국에서 정말 비극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SPC 불매운동의 발화점은 바로 사고 이후 SPC의 대응이었다. 15일(토)에 사망했던 해당 근로자의 장례식에 답례품으로 파리바게트 빵 2박스를 보낸 것이었다. 이는 기존 관례대로 보내다가 유족들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해 많은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게다가 사고가 일어났던 기계 가동을 중단하지 않고 그대로 계속 가동한 것까지 SPC 불매운동에 불을 지폈다.
불매운동의 대상이 된 브랜드로 ▲파리바게트 ▲던킨도너츠 ▲배스킨라빈스 ▲쉑쉑버거 ▲삼립 등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브랜드가 있다. ‘피 묻은 빵을 먹을 수 없다’라며 시작된 불매 운동은 지금도 우리 사회에 파장이 크다. 우리대학 정문 근처 파리바게트 매장을 지나갔을 때 저녁 시간대에도 빵 재고가 평소보다 많이 남아있던게 눈에 보였다. 바로 왼쪽에 붙어있는 베스킨라빈스 매장도 평소보다 이용객이 적은 것이 눈에 들어왔다. 반면 근처에 있던 뚜레쥬르 매장은 사고 이전보다 이용객이 좀 더 늘어난 느낌이다.
바코드를 찍고 제품을 뒤집으면 보인다는 SPC 관련 제품 구별법까지 등장해 SPC에서 재료만 납품받아도 불매 대상이 되는 것으로, 납품 재료까지 걸러내겠다는 시민들의 의지까지 볼 수 있다. 이렇게까지 불매운동이 정교하게 이뤄지는 것은 정말 보기 어려운 광경이다.
기자도 개인적으로 SPC 불매운동에 동참하고 있는데, 해당 불매운동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의견도 간간히 접한다. 이유는 바로 실질적으로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SPC 본사가 아니라 가맹점주들이라는 현실 때문이다. 본사에 경각심을 주기 위해 불매운동을 벌이는 것인데, 실제로 어느 브랜드든 불매운동이 길어지면 해당 브랜드의 가맹점주들은 불안할 수 밖에 없다. 가맹점주들이 모두 연대해 본사에 적극적으로 항의하지 않는 이상 그다지 힘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불매운동이 가장 오래 지속된 사례로 남양유업 불매가 있는데, 실제로 일회성 불매로 끝나지 않고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남양유업 불매운동의 여파가 계속 이어져오고 있다. 그리고 남양유업의 장기간 불매운동은 실제로 남양유업 본사의 경영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선되는데 큰 역할을 했다. 게다가 남양유업은 그 당시에 대체제로 서울우유와 매일우유가 있었기에 남양유업을 이용하지 않아도 소비자 입장에서 큰 불편함은 없었다.
나라 경제까지 어려운 상황에서 이번 SPC 불매운동으로 해당 가맹점주들은 굉장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이번 SPC 불매운동이 과연 남양유업 불매운동처럼 장기간 지속되다가 SPC 본사 경영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사실 빵과 아이스크림은 대체제가 많다보니 특정 브랜드의 불매운동이 자리잡기가 그다지 어렵지 않기도 하다.
전태일 열사가 희생된 지 벌써 50년도 더 넘었다. ▲본사 경영진 ▲가맹점주 ▲공장 노동자 ▲소비자 모두가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라는 전태일 열사의 외침을 오늘날 다시 한번 되새겼으면 좋겠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노동자 권리가 신장되고 어느덧 2022년에 이른 대한민국은 정말 모든 노동자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나라가 맞는가? 목숨을 위협받지 않고, 손가락을 잘릴 걱정을 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나라가 맞는가?
불매운동이 성공적으로 자리잡아 SPC 본사에 큰 변화가 일어난다면, 불매운동으로 한동안 힘들었던 가맹점주들에게도 다시 빛이 찾아올 것이다. 이번 불매운동이 SPC 본사에 제대로 경각심을 안겨주고, 더불어 우리 사회 전반에 아직도 남아있는 인명 경시 풍조에도 유의미한 변화를 가지고 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