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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난 쓰레기통
윤태훈 ㅣ 기사 승인 2021-04-11 20  |  644호 ㅣ 조회수 : 599

네모난 쓰레기통



윤태훈(컴공·20)



  뉴스를 접하기 거북하다. 텍스트로 과장된 우울한 사건들은 분노를 가져온다. 하지만 더욱더 힘든 것은 우리가 불안의 시대에 내던져졌다는 두려움을 가속한다는 것이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는가. 황색 언론의 기사는 대중들이 사건의 본질을 잊게 만들었다. 몇몇 언론들은 자극적인 헤드라인 작성에만 몰두하며 입맛을 다시고 있다. 몇몇 사람들도 파블로프의 개처럼 편향적인 기사만을 조건 반사해 수용하도록 훈련됐다. 열 가지 통찰력 있는 보도보다 한 가지 스캔들이 주목받는 아이러니한 세상이다.



  이렇다 보니 언론은 끊임없이 분노할 소재들을 제공하고, 대중들은 쉽게 광기에 휩싸인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연스레 혐오 표현을 사용한다. 이러한 매체 오염의 악순환은 중대한 사건도 일시적인 돌팔매질로 끝나게 만든다. 이제는 악랄한 범죄자도 한낱 가십거리에 불과하다. 신상 공개는 범죄 재발의 처단과 예방이라는 사회적 역할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범죄자를 하나의 괴물로 표상 시켜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한 뒤 방치한다. 이내 얼마 지나지 않아 재차 유사한 범죄가 다시 발생한다. 사람들도 분노로만 그치고, 언론은 이전보다 관심이 줄어든 사안이기에 다루지 않는다. 이젠 비열한 패배자의 얼굴을 마주하는 것보다 제도적 시스템의 공론화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이 든다. 기자는 매번 같은 시나리오가 반복되니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나도 소시민적인 태도로 살고 싶다고 느꼈다. 사회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기자로 활동하는 것이 이제는 심적으로 부담이 된다.



  매체 오염은 이뿐만이 아니다. 가십거리가 부족하면 대중들이 찾아낸다. 대상은 연예인을 비롯한 공인이다. 악인을 대상으로 한 돌팔매질은 무고한 사람들을 희생시키는 마녀사냥의 형태로도 이어진다. 대체로 몇몇 집단을 필두로 논란이 만들어지고, 언론이 이를 키운다. 우둔하다고 느꼈던 과거 집단 히스테리의 산물이 현재 랜선을 통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텔레스크린’의 유행이 생기고는 더욱 심해졌다. 대중은 소셜 미디어로 서로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 이제는 특정 집단의 생각에 반하는 공인은 쉽게 비난의 대상으로 지목된다. 기자도 상충하는 의견을 나누거나 잘잘못을 책문하는 수준의 건전한 비판은 지향한다. 하지만 문제는 대부분이 맹목적인 비난으로 끝난다는 것이다. 게다가 무분별하게 공인을 공격하는 다수를 보며, 개개인은 본인이 가진 사고를 멈추고 이에 동조하며 비난의 수위를 높인다. 인터넷에 남는 기록들은 많은 생각을 거친 뒤에 나오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 순간의 행동과 감정만을 배출하고 있다.



  국가가 나서 투명한 언론과 지식인의 삶을 견제했던 제 N 공화국 시절, 사람들이 접하는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었다. 정부가 조직적으로 의도한 정보에 선동될 수 밖에 없던 것이 구조적인 문제였다. 하지만 인터넷의 발달로 개인이 찾아보고, 남길 수 있는 정보는 이전보다 다양해졌다. 그런데도 수익성과 화제성을 추구하는 ‘언론 회사’의 고질적인 문제에 더해, 여전히 몇몇 사람들이 극히 일부의 정보만 수용하고 수동적인 생각을 고착화하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팬데믹으로 인터넷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났다. 어느 때보다 지루한 삶이 반복되는 시기다. 그렇다고 가십거리를 찾아다니며 폭력적으로 행동할 필요도, 익명성에 숨어 일탈 행위를 할 필요도 없다. 혐오를 자원으로 의미 없는 소모전을 이어나갈 이유는 더더욱 없다. 자극적인 기사들만 보이는 실상에 사람들이 불안이 만연한 사회에 무뎌질까 봐 걱정된다. 능동적으로 각자의 주관을 키우며 정보를 판단하고, 분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의미 있는 행동으로 옮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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