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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문화에 대한 고찰
권민주 ㅣ 기사 승인 2021-12-05 21  |  653호 ㅣ 조회수 : 460

갑질 문화에

대한 고찰





권민주(행정·20)



  갑질이란 권력의 우위에 있는 ‘갑’이 권리관계에서 약자인 ‘을’에게 하는 부당 행위를 통칭하는 개념이다. 갑질 문제가 심각해지고 직장 내 갑질로 인해 자살하는 사건까지 발생하며 우리 사회는 갑질 행태에 대해 분개를 표하고 있다. 그런데 ‘갑질’이라고 하면 그토록 분개하고 화내는 사람들이, 혹시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갑질을 행하고 있는 경우는 진정 없을까?



  기자는 지난 여름 방학 때 유명 옷가게에서 아르바이트(이하 알바)를 했다. 하루는 어떤 고객이 옷을 계산하러 왔는데, 전에 구매해갔던 옷을 세탁기에 돌렸더니 제품에서 물이 빠진다고 교환해달라고 했다. 그런데 해당 제품은 분명 단독 세탁을 권유한다고 설명했던 제품이었으며, 제품을 교환 및 환불 할 때는 택과 영수증이 있어야 가능한데, 영수증과 택을 둘 다 버렸지만 교환해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이런 경우, 당연히 교환이 어려우니 알바생인 나는 교환이 어려운 이유를 설명하며 우선 제품을 가지고 오시면 확인해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막무가내로 교환해달라고 화를 내며 본사에 민원 넣을 것이고 그로 인해 불이익을 가해줄 것이라며 겁을 줬던 기억이 있다.



  기자가 속상함을 느꼈던 것은 고객의 태도뿐만 아니라 고객이 떠나고 난 뒤의 상황이었다. 고객이 떠나고 난 뒤, 관리자 중 한 분께서는 “억울하고 부당하다고 느끼겠지만, 고객이 일방적으로 화를 내셔서 점포에 민원을 넣어 불이익이 올 것 같을 때는 그냥 고객님의 기분에 최대한 맞춰드려라”라고 하셨다. 그리고 불합리하다고 느껴도, 서비스 직종은 ‘고객의 돈’으로 먹고 사는 직종이기 때문에 고객에게 숙이고 들어갈 필요가 있다는 말을 하셨다.



  기자는 이러한 관리자의 태도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어찌 보면 기자 본인보다 세상을 먼저 살고 경험했던 어른이, 세상을 경험하고자 사회생활에 뛰어든 아이에게 “세상은 원래 이런 것이니 돈을 벌기 위해서는 부당하더라도 승낙해야 할 때가 있다”라고 말한 것이다. 하지만 기자가 생각하기에 진정한 어른이라면 ‘부조리한 상황에 대해 용기 내 맞서는 태도’와 더 나아가서 ‘내가 아니라 남이 겪는 부조리함일지라도 함께 용기 내어 소리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우리 사회에서는 이게 쉽지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으며, 특히 서비스직 같은 경우 고객의 만족도에 의해 생계가 직결되기 때문에 특히나 그렇다는 점을 이해한다. 하지만 기자는 이러한 사회의 반복되는 물결이 더 심각한 갑질 행태를 낳으며, 이가 점차 하나의 ‘갑질 문화’를 형성하는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갑질 문화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더욱이 부조리함에 관해 대항하는 태도와 소리치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이번 경험을 통해서도 느꼈지만, 기자는 우리 사회에서 갑질 문화가 아직도 만연히 존재한다는 것을 느꼈다. 많은 사람은 뉴스에 갑질 문화가 기재되면 분개하지만, 사실상 그들도 잘 생각해봐야 한다. “내가 당연히 손님이니까 저 직원은 나에게 친절해야지” 혹은 “내가 당연히 손님이니까 저 직원은 나에게 웃으면서 얘기해야지” 등등.



  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 이 말은 고객이라고 해서 ‘당연히’ 알바생 혹은 직원에게 함부로 대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 아니라는 소리다. 덧붙여 그들에게 자신이 고객이라는 것만을 이유로 자신의 기분에 맞춰 행동하도록 요구할 권리 또한 없다. ▲알바생과 고객 ▲선생과 학생 ▲상급자와 하급자 등 그 어떤 관계에서도 ‘당연히’ 갑질이 용납되는 경우는 없다.



  갑질은 우리 사회에서 바로 잡아야 할 문화이며, 갑질 문화를 둘러싸고 발생할 수 있는 ‘당연함’에 대한 인식 개선은 앞으로 우리 세대에게 달려있다. 식당을 가든, 영화관에 방문하든, 어떤 가게를 방문하든지 간에 그곳에서 일하시는 분들도 귀한 집 자식이라는 걸 생각하며 힘이 될 수 있는 말 한마디씩 전하고 나온다면, 지금과 같은 갑질 문화가 타파되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 굳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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