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행복하게 웃는
방법을 잊었다
백재완 (기자차·18)
몇 달 전, 어느 한 티비 프로그램에서 우연히 듣게 된 ‘웃어야 행복해집니다’라는 말은 깊은 의문과 최근 내 인생에 대한 회의감을 가져왔다. ‘나는 지금 행복한가?’, ‘최근에 행복해서 웃은 적이 있었나?’, ‘어떻게 해야 행복하게 웃는 거지?’ 그렇다. 어느새 행복하게 웃는 방법을 잊어버린 것이다.
이 시대에 살아가는 한국의 젊은 청년들 중 행복하게 웃는 방법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지난 21일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나눈 화상 대담에서 한국 사회의 청년 세대들은 능력주의에 매우 몰입된 상태라고 말했다. 마이클 샌델은 “능력주의가 공정하다고 느끼는 것은 착각”이라며 “드라마 <스카이캐슬>은 치열한 한국의 입시 경쟁을 보여주며, <오징어 게임>은 능력주의의 결함과 체제에서 밀려난 사람들에게 주는 패배감을 잘 나타내 준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부모의 경제력 수준에 따라 달라지는 학력 수준과 능력치는 저소득층에겐 큰 무력감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더불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청년들로 하여금 능력주의에 더욱 과몰입하도록 만들었다. 코로나 세대로서의 청년들이 마주한 사회는 생각보다 험난했고 불확실함에서 오는 불안감만이 존재했다. 더 좁고 적어진 기회의 문은 기회 부족을 일으켜 경쟁의 격화가 계속될 것이고, 포퓰리즘이 민주주의를 잠식하는 현상이 벌어질 것이다. 그러한 사회 속에 우리들은 오직 능력만이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 거라 여기며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심이 발현된다. 이는 소수나 약자를 배려하는 것을 불공정하다고 판단하는,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해주지 못하는 안타깝고 슬픈 사회를 가져왔다. 어쩌면 우리가 행복하게 웃는 방법을 잊어버리게 된 것은 무한경쟁과 각자도생의 사회를 살다보니 나타난 자연스러운 적응이 아닐까.
“행복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Without Fear of Being Happy)” 1989년 대통령 선거에서 브라질노동자당(PT)의 루이스 룰라 후보가 내세운 구호다. 동시에 내가 행복에 대해 깨달음을 얻은 문구이며, 최근 나의 좌우명이 되기도 한 구호다. 그리고 기자는 새해를 맞이해 큰 다짐을 했다. ‘행복하게 웃는 방법 찾기, 그리고 행복하게 살아가기’ 더할 나위 없는 최고의 새해 다짐이 아닌가 싶다. 험난한 사회 속에서 우리들은 힘들게 노력하지 않고 행복하고 노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며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행복해지는 것에 두려워할 필요는 전혀 없다. 우리는 존재 자체만으로 소중하고 그것만의 가치가 있기 때문에 행복해지는 것이 꿈이라면 이미 그 꿈은 우리의 곁에 있다.
기자는 요즘 주어진 삶 안에서 행복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려고 하고 있지만 힘든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불행을 참고 견디는 것보다 행복해지려 노력하는 것이 왜 더 힘들까? 지금의 현실을 바꾼다는 것은 아직 해보지 않은 무언가에 도전하는 일이고, 그 도전은 실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패했을 때 지금보다 더 불행해질 수 있다는 막연한 두려움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행복해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겁쟁이가 되는 길이다. 나는 이제 행복해지길 겁내 하는 겁쟁이가 되고 싶지 않다.
행복해지는 법을 알려달라고 한다면 답은 나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행복은 결국 마음가짐에 있어서 오는 것이며 아름다운 미래의 선택은 나 자신과 우리의 몫이다. 불안하고 각박한 현실에 나 자신을 타협하지 말고, 나 자신을 믿자. 내가 하고 있는 것들을 의심하지 말고, 굳게 나아가자. 그리고 그 안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기 시작한다면 우리는 어느새 행복하게 웃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