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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없는 로봇들의 시대
임재민 ㅣ 기사 승인 2024-05-27 14  |  690호 ㅣ 조회수 : 80

 임재민(전정·22)



 최근, “사랑한다”라는 말을 듣거나 해본 적이 있는가? 이 단순한 질문에 많은 이들이 잠시 멈칫할 것이다. 우리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하루하루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우리는 감정을 표현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



 우리는 직장에서나 친구 사이에서나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성숙함’과 ‘전문성’을 강조하는 사회에서는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오히려 부정적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상사에게 불만을 털어놓는 것보다는 참고 견디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게 된다. 사회적 규범은 우리에게 감정을 숨기라고 가르치고 있다. 심리적 방어 기제도 큰 역할을 한다. 사람들은 상처받는 것을 피하기 위해, 혹은 갈등을 피하기 위해 감정을 숨긴다. 특히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조차 우리는 솔직한 감정 표현을 주저하게 된다. 이는 결국 관계의 깊이를 얕게 만들고, 진정한 소통을 방해한다. 현대인의 생활은 끊임없는 경쟁과 스트레스로 가득 차 있다. 우리는 너무 바쁘고 피곤해서 감정을 표현할 여유가 없다.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며, 많은 사람은 그것이 오히려 더 큰 스트레스를 초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감정을 억제하고, 일상 속에서 감정 표현을 최소화하려 한다.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더욱더 연결돼 있으면서도, 감정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소셜 미디어에서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이 과연 안전할까? 개인 정보 유출의 위험과 타인의 시선 때문에 우리는 점점 더 감정을 내보이는 것을 두려워하게 됐다.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순간, 비난이나 조롱의 대상이 되기 십상이다.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의 발달은 비언어적 신호를 제거했다. 문자 메시지나 소셜 미디어는 표정이나 목소리 톤 같은 중요한 감정 표현 수단을 없앴다. 이러한 비언어적 신호는 감정 전달에 필수적이며, 그 부재는 종종 오해를 초래한다. 디지털 시대의 소통 방식은 우리를 더 멀게 만들고 있다. 우리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끊임없이 정보와 자극에 노출된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우리는 타인의 일상을 훔쳐보고, 비교하며 감정을 억누른다. 타인의 행복과 성공을 보는 것은 때로 우리 자신의 감정을 더욱 혼란스럽게 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억제하게 만든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우리는 감정 표현의 필요성을 잊어가고, 점점 더 무감각해져 간다.



 이처럼 감정을 숨기는 이유는 다양하다. 때로는 다른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기 위해, 때로는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부담스러워서다. 하지만 이런 습관이 장기적으로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 감정을 숨김으로써 우리는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상실하고, 타인과의 진정한 관계 형성을 어렵게 만든다. 그러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정신 건강에 매우 중요하다. 감정을 억제하는 것은 결국 우울증이나 불안 같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우리는 감정을 나누고, 공감할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감정을 나누거나, 일기 쓰기, 예술 활동 등을 통해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직장이나 학교에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허용되고 장려되는 환경이 필요하다. 감정은 숨겨야 할 것이 아니라, 나누고 공감할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다.



 우리는 사랑한다는 말을 입에 담지 않지만, 그 감정은 분명 우리 안에 존재한다. 때로는 그 말을 표현하는 법을 잊어버리기도 한다. 이제 우리는 다시 감정을 나누는 법을 배워야 할 때다. 사랑한다는 말이 조금도 낯설지 않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조금 더 솔직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이 글을 읽는 오늘, 가족에게 사랑한다고 말해보는 건 어떨까?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때로는 쉽지 않지만, 그것이 우리의 관계를 더욱 깊고 의미 있는 것으로 만들어준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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