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질문하는 사람, 거절당하는 사람
강문경(벤처경영·24)
나는 선취업 후진학 학습자이다. 오래전부터 정해온 계획이었기에 지나간 선택에 후회는 없다. 지금까지 거쳐온 길이 평탄하지만은 않았지만, 대학 입학으로 목표를 이뤄냈단 걸 증명했다. 이른 나이에 회사를 다니며 배움을 갈망했고 학습의 터를 선망했다. 그래서 그토록 원하던 대학에 왔고 다시 돌아오지 않을 한 번뿐인 대학 생활을 아름다운 청춘의 색채로 채워나가고 싶었다.
등하굣길에 향학로를 지나며 게시판에 붙어 있던 신문사 모집 공고가 눈에 띄었다. 학창 시절 즐겨 했던 작문이 떠오르며 졸업 후에 글을 제대로 써본 적이 없다는 생각에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입학하자마자 신문사에 지원했다. 신문사에 소속돼 기사를 쓸 수 있다는 것만으로 마음이 설레었다.
신문사 생활은 열정 넘치게 시작했지만 마음이 앞선 나머지 결과는 미흡했다. 막상 기사를 쓰려니 소재가 잘 떠오르지 않았고 야심차게 글을 썼지만 교열을 보면 틀린 부분 투성이었다. 한 학기 동안 수습기자로 활동하며 스스로 기자로서의 자질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그럴수록 이전보다 더 완성도 있는 기사를 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났다. 따라서 이번 여름방학에 민주언론시민 연합에서 주최하는 대학언론강좌를 듣기로 결심했다.
‘2024 대학언론강좌’에서 기억에 남는 말은 시사IN 김연희 기자가 진행한 ‘대학언론의 힘과 역할’에서 들었던 “기자는 질문하는 사람, 거절당하는 사람”이다. 실제로 취재 중에 취재원을 섭외하며 거절 당한 적이 여러 번이었기 때문이다. 694호에 실린 ‘믿고 사는 인플루언서 추천, 바로 결제’ 기획 기사를 작성하면서 직접 공구를 진행해 봤던 인플루언서의 인터뷰가 필요했다. 평소 구독하던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 여러 명에게 인터뷰 요청을 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대부분 답장은커녕 디엠이나 이메일도 확인하지 않아 거절의 쓴맛을 겪어야 했다. 몇 번의 거절 끝에 ‘십삼부부’가 인터뷰 요청을 수락해 줬고, 기사에 인터뷰 내용을 실을 수 있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취재원 확보가 쉽지 않은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됐다.
또 다른 사건으로는 693호에 실린 ‘티몬·위메프 사태, 직원들은 알고 있었나’ 시사 기사를 작성하면서 생긴 일이다. 당시 티몬과 위메프의 판매대금 정산이 지연되면서 많은 피해 소비자들이 환불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피해 소비자들이 알고 싶어 하는 내용을 싣기 위해 전 직장 동료였던 현 티몬 직원에게 1년 만에 연락했다. 오랜만에 하는 연락이 티몬 피해 기사에 대한 인터뷰를 요청하는 연락이었기에 거절당할 것을 각오했지만 다행히도 인터뷰를 수락해 줬다. 비록 구체적인 환불 일정을 알아내지는 못했지만 내부 직원의 입장을 통해 새로운 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점에 의의를 뒀다.
2024 대학언론강좌를 듣기 전까지 기자란 ‘기사를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가 이제까지 생각해온 기자의 정의는 실제 기자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강의를 듣고 난 후, ‘독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새로운 정보를 취재해 전달하는 사람’으로 기자의 정의가 머릿속에서 재확립됐다. 이로 인해 원고 제출 마감 기한에 얽매이는 것보다 끝까지 더 나은 기사를 선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마음가짐이 변했다. 신문사라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만큼 2학기 끝 무렵에는 지금보다 더 나은 기자로 성장해 있기를 희망하며 이만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