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당신이 오른손잡이라 가정하자. 절대자가 당신에게 인터넷(핸드폰을 포함한 모든 것)과 당신의 왼팔 중 하나를 선택하고,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고 묻는다면 당신은 어떤 대답을 할 것인가? 그럴 일은 존재하지 않으니 생각하지 않겠다는 무미건조한 답은 배제해본다면, 필자는 당연히 왼팔을 포기한다고 답할 것이다. 왜?
지금 우리 시대에 인터넷이 지니는 위상은 소중한 신체의 일부인 왼팔보다 가히 압도적이다.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고, 타인과의 정보력 싸움에서 절대 상대가 될 수 없다. 사회생활은 가능할까? 단순히 사회생활 넘어서 인터넷이 없는 일상생활에 적응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그렇다면 10년 전인 2012년으로 돌아가 보자. 당신은 똑같은 질문에서도 과연 인터넷을 택하고 왼팔을 포기할 것인가? 필자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2012년, 삼성의 갤럭시 S3이 출시됐을 당시 우리는 모두 인터넷 없는 삶에 큰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다. 인터넷이 삶을 윤택하게 도와줄 수는 있을지언정 전혀 필수요소이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인터넷과 IT산업은 기하급수적 발전을 이뤘다. 무어의 법칙을 인용하면, 2년마다 반도체의 성능은 2배가 증가한다. 이 말인즉슨, 상계(上界)에 다다르는 특이점이 찾아오기 이전의 반도체는 2년 뒤면 당장 출시한 성능의 곱절의 성능으로 세상에 등장할 것이다.
발전한 IT 기술은 이전에는 고민할 필요 없던 새로운 철학적 문제를 낳고, 우리의 삶에 부드러운 변화를 가하고 있다. 하루가 달리 우리의 삶은 급격히 변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것이 지구가 자전하고 있다는 사실처럼 직접 와닿지 않는다. 이것이 IT 산업이 가진 치명적인 문제점이다.
우리는 지금 끓는 물 속의 개구리가 되고 있다. 처음에는 인터넷은 보조 수단 정도의 기술이었고 당연히 그에 의존하며 살지 않았다. 현재 놓인 상황처럼 인터넷이 우리 삶의 매우 큰 일부가 되리라고 여기지를 못했다.
최근 흥미롭게 읽은 글이 있다. 2008년 6월 6일(금) 누군가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쓴 글인데, ‘휴대폰은 적어도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가 제목이었다. 글쓴이는 본문에 MP3, 내비게이션 탑재, 구글어스, 사전과 같은 수준의 초급적안 기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미 글이 써진 시점에서 고작 3일이 지난 2008년 6월 9일(월) 미국에서 발매된 Apple의 iPhone 3은 그 모든 기능을 포함하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필자가 확인할 수 있는 모든 댓글은 냉소적인 시선으로 비아냥을 떠는 내용이었다.
우리는 더는 인터넷을 경계할 수 없는 지경에 다다랐다. 우리는 어떤 수를 써도 과거와 같이 인터넷에 의존하지 않는 삶으로 돌아갈 수 없다. 안타까운 일이다. 다만 이 현실을 받아들이고 변화에서 나를 지키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필자는 지금까지의 역사를 바탕으로 추론했을 때 뉴럴링크와 마인드 업로딩은 필연적이라고 본다. 필자의 철학에 따르면 뉴럴링크와 마인드 업로딩은 끔찍한 재앙에 가까우나, 안타깝게도 필자는 전 세계 모두가 힘을 합쳐도 그러한 흐름에서 한치도 벗어날 수 없다고 본다.
필자의 글이 누군가에게는 절망적인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빨간 약’이 되었길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