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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힘드냐고 니체가 물었다
기사 승인 2022-08-05 13  |  661호 ㅣ 조회수 : 401

  사는 게 힘드냐고 니체가 물었다



정예원 (산디·20)



  개인적으로 니체란 철학자에게 관심이 생겨 찾아 읽어본 책이다. 딱히 힘들어서, 구원받고 싶어서 읽게 된 책은 아니지만 누군가에게는 힘든 상황에 대한 출구가 될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 글을 써본다. 사실 따뜻한 제목과는 다르게 내용은 전투적이다. 그는 사상사적으로 근대의 허망과 안락에 대해 경고했고 서로 투쟁하며 서로를 고양시키는 사회를 지향했다. 철학사적으로는 이전 시대의 모든 철학에 대해 비난하고 비판하는 이단의 철학자라고 할 수 있다. 니체는 기존의 모든 관습과 도덕을 파괴하고 본능, 욕망의 자유로운 발산만을 요구한 사상가로 오해받기도 하지만 이러한 날카로움과 현실성있는 메세지들 덕분에 오히려 20대의 철학자, 응원가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 책은 삶의 고민에 대한 10가지 질문들에 대한 니체의 답, 그리고 박찬국 교수의 해설로 구성된다. 그 중 10번째 질문에 대한 니체의 대답은 현대를 살아가면서 다른 이들과 얕지만 폭넓게 맞대며 살아가는 우리 소심한 젊은이들의 자신감, 그리고 의지를 고양시켜줄 적절한 견해다. 사회의 굴레에 지나치게 갇혀 복잡한 21세기 사회를 살아가는 내 동년배들에게 좋은 지침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Q : 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A : 자신의 성격에 스타일을 부여하라.



  “나를 지배하라”. 니체가 우리에게 던지는 말이다. 나를 지배하는 것은 무엇인가. 어떻게 해야 나를 지배할 수 있을 것인가. 이는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과 같다. 어떤 것을 지배하는 것은 그에 대한 통찰이 겸비되지 않는다면 불가하다.



  니체는 사람은 고유의 특성이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개성들은 대부분 사회라는 공동체 속에서 사회화되며 마모된다. 사회가 공통으로 원하는 자질과 본성이 맞물린다면 어렵지 않겠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은 매 순간 ‘내가 뭘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자신의 본질들을 파악하고 변용해 사회에 잘 녹이는 과정, 즉 자신만의 스타일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자신만의 스타일로 옷을 입고 꾸민 사람은 자연스럽게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왜 우리는 내면 또한 개성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좋게 말하면 쿨하고 무던하다고 할 수 있지만 나쁘게 말하면 무관심하고 냉정한 성격인 나는 이러한 점에 서운해하고 상처받는 이들을 종종 봤다. 다른 이들이 화가 났을 때 나였으면 굳이 화까진 나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상황이 많았었고 딱히 공감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나는 화가 나지 않았을 테니까. 많은 관계들 속에서 나는 어떤 이들에게는 무관심한 사람이었을 것이고 그들은 내게 상처받았다. 내가 그들의 불만에 대해 질문했을 때 대개는 그러한 이유였다. 어린 마음에 막막함을 느꼈다. 내 성격이 대중적이지 않은 건지, 난 일부러 예민한 척 굴어야 하는지. 나는 그들에게 녹아들어 섞일 수 없다고 생각했다.



  오랜 시간을 거친 나의 대답은 “녹아들려 노력할 필요가 없다”이다. 노력의 초점을 자신에게로 돌려보자. 오히려 나를 정확히 정의하고 긍정한다면 니체의 말대로 약점조차 눈부시게 빛날 것이며 다른 이들에게는 나만의 스타일로 비춰질 것이다. 그걸 알고 실천한 것은 아니지만 나를 긍정한 시점부터 인간관계에 있어 빨간불은 없었다. 공감을 잘하지 못하더라도 이해를 하면 된다. ‘아, 이 사람은 이러한 것들에 화가 나는구나. 그럴 수 있지.’라고 생각하고 인정하면 된다. 내 본성을 숨기지 않았다. 조금의 변용만이 있을 뿐이었고 내 약점을 파악하니 그것은 더이상 약점이 아니게 됐으며, 그저 특성 중 하나가 됐다. 아니 오히려 장점이 됐을지도 모른다. 성격에 스타일을 부여하는 것. 그것은 자신을 더욱 고귀한 인간으로 만든다. 당신을 바꾸라는 말이 아니다. 동그라미가 조금 길어지고 납작해진다고 그것은 원이 아닌가? 조금 다를지라도 원은 원이다. 타원도 결국 원인 것처럼.



  니체는 사회에 대해 염증을 느끼는 우리 젊은이들에게 우리는 하나의 부품이 아닌 존귀한 인간 그 자체로 이 세계를 변혁할 수 있는 존재임을 일깨워주고자 한다. 우리는 사회가 요구하는 인간형이 될 것이 아니라 우리 각자만의 성격과 소질을 승화시켜 진정한 자기 자신이 되어야 한다.



  “자신을 다듬고 단련하는 것은 하나의 위대하고 희귀한 예술이며 이렇게 자신을 극복한 인간이야말로 아름다운 인간이다.”



- 니체 -



  주위에서 기품이 느껴지는 사람을 본 적 있는가. 고귀한 사람은 곧고 의연하며 당당하다. 이 아름다움은 ‘획득’된 것으로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누구든지 하고자 하면 획득할 수 있다.



  스스로 절도를 지킬 수 없는 상태에서 인간은 본능적으로 회피, 책임전가, 합리화 같은 의지박약을 내비친다. 세계가 추하게 보일 때, 내가 오히려 추한 상태가 아닌지 의심해봐라. 세상을 원망하기보다 자신의 의지, 생명력이 약해진 것이 아닌지 돌아보자. 이러한 니체의 아주 현실적인 팩폭들은 힘든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위로보다는 비수가 될 수도 있겠지만 공감해 주는 척 도움도 되지 않는 알량한 위로를 건네는 것보단 낫다. 적어도 권태에 있는 사람의 정신이라도 일깨워줄 것이다. 많은 사상가들이 굽이 내려보며 가르치는 느낌이었다면 니체는 눈높이를 맞춰 대화하는 사상가다. 그것만으로 이 책은 읽어볼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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