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러운 세상에서 나를 지킨다는 것
박수겸 (MSDE·21)
근 몇 년간 디지털 콘텐츠 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이 씬(scene)의 메인스트림으로 떠오른 주제가 있다. 바로 “숏폼 콘텐츠”다. 숏폼 콘텐츠의 작동 원리를 간단히 살펴보자. 숏폼 콘텐츠 제공 애플리케이션은 짧은 시간의 영상을 사용자 맞춤 알고리즘으로 엄선해 사용자에게 제공한다. 짧게는 1분에서 길게는 10분 이내로 구성되며, 언제 어디서나 데이터나 와이파이만 있으면 스마트폰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많은 사람들이 숏폼 콘텐츠를 통해 본인의 일상을 특별하게 꾸며 자랑하거나, 재미있는 상황극을 만들어 연출하거나,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러한 콘텐츠를 통해 사용자는 적은 시간을 들여 재미를 즐길 수 있으며, 이런 원리를 바탕으로 숏폼 콘텐츠는 빠르게 디지털 콘텐츠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또한 숏폼 콘텐츠 제공 애플리케이션이라는 온라인 공간은 단순히 영상을 제공하는 플랫폼에서 더 나아가 젊은 세대의 주된 사회적 교류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요즘 세대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플랫폼으로는 유튜브의 쇼츠, 인스타그램의 릴스 정도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콘텐츠를 즐기는 데 있어서 장점만 존재할까? 독자는 이런 의문을 바탕으로 “숏폼 콘텐츠”를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자 본 글을 기고하게 됐다. 독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숏폼 콘텐츠를 즐겼다. 유튜브의 쇼츠 인스타그램의 릴스에 이어 유행을 따라가기 위해 틱톡까지 설치해 사용했다. 처음에는 틱톡을 굉장히 재미있게 즐겼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삭제했고 틱톡을 비롯해 숏폼 콘텐츠와 관련된 모든 애플리케이션을 일상에서 당분간 멀리하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바로 이러한 애플리케이션의 구조가 뇌세포를 파괴하도록 설계됐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어릴 때 스마트폰을 너무 많이 쳐다보고 온라인 게임을 지나치게 많이 하면 멍청해지고 시력이 저하된다는 소리를 누구나 한 번쯤들어봤다는 것을 떠올려보면 된다. 당신이 숏폼 콘텐츠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고 있는 모습을 생각해보자.
멍하니 핸드폰을 들여다보다가 취향에 맞는 영상을 보면 영상을 여러 번 보고, 또다시 알 수 없는 끝을 향해 영상을 넘긴다. 독자는 이런 모습을 보며 도박, 그중에서도 슬롯머신에 중독된 사람과 같다고 생각했다. 슬롯머신 중독자는 기계 앞에서 멍하니 버튼을 누르고 기계가 돌아가는 몇 초간 머릿속이 비워진다. 그러다 가끔 잘 터지면 축 늘어져 있던 몸에 힘이 솟아나고 머리가 맑아진다. 이 일련의 과정을 몇 시간 동안 몇백, 몇천 번을 반복하다 결국 돈이 바닥나게 된다.
숏폼 콘텐츠에 몰입돼 즐기는 사람과 슬롯머신 중독자는 결국 근본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 일시적인 도파민 분출, 잠깐의 쾌락을 위해 긴 시간을 쏟아붓고 그 잠깐의 쾌락을 위해 훨씬 긴 시간을 산 송장처럼 멍하니 있게 된다. 단지 슬롯머신 중독자는 카지노에서, 숏폼 콘텐츠 중독자는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 숏폼 콘텐츠 중독은 단순히 시간을 허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당신의 뇌를 자극적인 것에 절여지게 만든다. 따라서 스낵 컬처와 숏폼 콘텐츠는 당신의 뇌가 “팝콘 브레인”이 되는 촉매가 된다.
독자도 현재 대학생활을 하면서 생각보다 정말 다양한 순간에 쾌락을 느낀다. 이를테면, 수강신청 기간에 독자가 듣고 싶었던 모든 과목 신청에 성공했던 순간, 미팅에서 처음 만난 여학우가 정말 마음에 들었던 순간, 오랜만에 많은 사람들을 만나 술을 많이 마시고 기분이 좋았던 순간이 있다. 그러나 이 순간들은 사실 그렇게 특별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숏폼 콘텐츠에 빠져살았던 것은 사실 좀 더 특별한 쾌락을 느껴보고 싶어서 그랬던 것이다.
독자는 유튜브 쇼츠나 틱톡 같은 숏폼 콘텐츠가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주는 매체이기도 하지만, 잠깐의 쾌락에 중독되게 만들어 자아를 잃게 만드는 수단이라고도 생각한다. 이 어지러운 세상에서 쾌락에 모든 것을 맡긴 채 “나”를 잃지 않도록 경계하자. 656호 독자투고 글을 읽어보도록 추천하고 싶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