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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보다 과가 강조되는 비참한 현상
류제형 ㅣ 기사 승인 2023-09-18 17  |  680호 ㅣ 조회수 : 197

류제형(경영·18)



 윤석열 정부가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및 이전을 추진하며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윤석열 대통령이 국립외교원 60주년 축사에서 공산주의와 반국가 세력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불필요한 분열을 부추기는 발언을 일삼았다. 평소에 대통령의 행보에 관심을 보이지는 않지만, 이번 행보를 보며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홍범도 장군은 잘 알려진 독립운동가 중 한 명이다.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대첩을 통해 이름을 알렸으며, 이후 자유시 참변과 중앙아시아 강제 이주를 겪다가 광복을 두 눈으로 보지 못한 채 1943년에 돌아가셨다. 한국사 공부를 하고 영화 <봉오동 전투>를 보며 홍범도 장군에 큰 인상을 받았는데, 갑작스럽게 이런 대우를 받는 것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



 홍범도 장군의 행적이 비판받는 가장 큰 이유는 당시 소련 지역에서 활동했다는 점이다. 오늘날 우리는 분명한 분단 국가이고, 6.25전쟁 당시에 소련이 적국이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북한과 적대 관계를 유지하며 공산주의와 공산당은 우리나라의 적으로 불린다. 홍범도 장군이 아니더라도 사람은 누구나 공과 과가 공존하는 법이다.



 그러나 그 당시 홍범도 장군의 행적에 대해 지금 시점에서의 잣대를 들이댈 수는 없다. 2023년에서 바라보는 공산당과 1923년에서 바라보는 공산당이 같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홍범도 장군이 돌아가셨던 1943년만 해도 미국과 소련은 함께 추축국에 맞서 싸우던 동맹관계였다. 조선이 사라지고 대한제국이 세워지기 전, 고종이 러시아로 잠시나마 피신했던 적도 있다. 우리가 이에 대해 고종이 러시아에 굴복했다고 비난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당시 우리나라를 위해 일본에 맞서 싸우던 독립운동가분들이 소련을 적대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현재의 대한민국도 러시아, 중국과 안보에 관련해서 우호적이지 않은 것과 별개로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협력해왔다.



 우리나라 군대가 단지 공산주의와 싸워야 한다는 이유로 독립운동의 전적이 폄하되는 현실에 대해 모든 국민들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홍범도 장군 흉상의 빈자리를 채울 인물로 백선엽 장군이 거론되고 있다. 백선엽 장군은 6.25전쟁에서 우리나라를 구하는데 큰 공을 세운 것은 맞지만, 일제강점기 당시 친일 행적이 분명한 인물이다. 6.25전쟁 이전 우리나라를 등진 과거가 분명한 인물이 버젓이 우리나라 군인을 양성하는 학교에 흉상으로 남겨진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는 광복 이후로 일제 청산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광복 직후 출범한 반민족특별행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는 당시 미군정의 압력 아래 큰 실적을 거두지 못한채 남북한의 이념 전쟁에 묻히고 말았다. 친일파 출신이 독립운동가 출신보다 잘먹고 잘산다는 말은 예전부터 우리나라 사회 전반에 떠돌아 어두운 현실로 자리잡고 말았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나치 독일의 잔재 청산이 확실하게 이뤄진 것과 비교된다.



 지금으로부터 2년이 지나면 광복 이후 80년 정도가 지난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한강의 기적을 통해 놀라울 정도로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 일제강점기때 어려운 환경에서 독립운동을 끝까지 이어나가신 분들, 6.25전쟁에서 최선을 다해 싸우다가 돌아가신 분들 모두가 우리나라의 발전을 보며 뿌듯함을 느낄 것이다. 계속해서 시간이 흘러가는 만큼 우리나라는 계속해서 변하고 발전해나갈 것이고, 일제강점기라는 것도 갈수록 희미해져갈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아픈 과거는 시간이 얼마나 지나든 계속 기억해야 한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과거의 아픔이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과거를 교훈 삼아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함이다.



 현대 시대에서 낡은 이념 전쟁에 빠져있는 윤석열 정부가 더 이상 잘못된 길을 가지 않기를 바라며, 국민들도 우리나라를 위해 헌신한 인물에 대한 존경을 항상 잊지 않고 실천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윤석열 정부를 구성하는 인물들이 자신들과 반대되는 이념을 가진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포용하는 자세를 보여야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한층 발전할 것이고, 낡은 이념에서 벗어나 우리나라의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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