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소개 l 공지사항 l PDF서비스 l 호별기사 l 로그인
이제는 우직한 견공이 될 시간
김주윤 ㅣ 기사 승인 2024-05-13 13  |  689호 ㅣ 조회수 : 73

김주윤(식공·18)



 겁먹은 개는 크게 짖는다. 최근 빠르게 변하는 미디어 산업 속에서 레거시 언론이 잔뜩 겁을 먹었다. ‘뉴스가 곧 바이블’로 통하던 영광의 시절은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생전 처음 보는 AI라는 괴물이 나타나 밥그릇을 위협해서다. 야박한 독자들은 트렌드를 따라 디지털 세계로 떠나 버리니 위기감이 크다. 눈엣가시같은 AI를 척결하자며 힘껏 목소리를 높여 본다. 폐단이라도 확실하면 명분이 좀 설 텐데 그것도 아니다. 하필 해외의 유력지들이 눈치없이 AI와의 상생에 대성공을 거둬서다. AI 저널리즘의 성공 모델이 된 이들을 분석해보니 두 가지 특징이 발견됐다. ‘효율성’ 그리고 ‘진취적 태도’다.



 하나씩 비교해 보자. AI 저널리즘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단연 ‘효율성’이다. 바꿔 말하면, 레거시 언론이 도태된 이유가 곧 비효율적 뉴스 생산 때문이라는 뜻이다. 언론산업은 대개 문과가 독점력을 가진 직종으로 인식되나 뜯어 보면 ‘자연어’ 투성이다. 뉴스 영상의 자막과 스크립트부터 사진 속 캡션과 그래픽 화면까지. CPU를 넘어 GPU 수준의 나노 단위 자연어 처리능력을 갖춘 AI를 활용하면 시간과 노동력을 모두 절약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 AP 통신은 유가 동향과 상장사들의 실적에 대한 기사를 전면 자동화했다. 그 결과 관련 업무 시간의 20%가 절약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절약된 시간은 심층 보도와 속보 품질 강화에 투입된다. 갑갑한 관료주의 문화와 여전히 양으로 승부하는 뉴스를 고수하는 한국 언론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으려면 혁신을 마다하지 않는 ‘진취적 태도’는 필수다. AI라는 파도에 대항하는 갈림길에서 이것이 레거시 미디어의 성패를 갈랐다. 성공 모델부터 보자. “뉴욕 타임스 기자들에게는 코딩 능력도 중요한 자질입니다” 설즈버거 발행인의 말이다. 디지털 혁명의 모범 사례로 꼽히는 뉴욕 타임스는 AI의 출현 앞에서도 당당했다. 기자들은 AI 운용 능력 강화를 위한 대대적인 코딩 훈련을 받았고, 그 결과 AI와 VR(가상현실)을 접목한 기사까지 선보였다. 소비자들은 혁신적 신기술에 매료될 수 밖에 없었다. 이 정도 노력은 필요하다. 소셜미디어 활용법도 제대로 모르는 기자들이 넘치고, ‘버티컬 채널’같은 기본적 디지털 플랫폼에서만 수년째 머물러있는 한국은 이대로는 도태의 늪을 빠져나갈 수 없다.



 이제는 경계를 풀어도 괜찮다. 블룸버그 통신, AP통신, 뉴욕 타임스, BBC까지. 참고할 선행 모델이 차고 넘친다. 디지털 공간으로 옮겨 간 소비자들을 다시 돌아오게 할 수는 없다. 언론이 그들에게로 가닿아야 한다. 고로 AI 활용 방법을 필두로 한 기자 대상 디지털 능력 개발 훈련을 제안한다. 저널리즘 UK처럼 AI를 기사에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매뉴얼로 정리해 공유하는 방법도 괜찮다. 그렇게 AI와 친숙해지면 ‘동료’로서 그들을 잘 활용하면 된다. AI를 통해 절약한 시간을 ‘탐사 보도’에 투입하는 것이 좋은 전략이다. 장기적인 취재 기간과 노력이 수반되지만, 깊이 있게 풀어내는 사회 고발로 언론의 영향력을 입증한 사례들은 대개 탐사 보도였다. 이렇게 기술의 진보로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고, 기사의 품질을 높여 뉴스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다른 요행은 없다.


기사 댓글 0개
  •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댓글쓰기 I 통합정보시스템, 구글, 네이버, 페이스북으로 로그인 하여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확인
욕설,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01811] 서울시 노원구 공릉로 232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 최초발행일 1963.11.25 I 발행인: 김동환 I 편집장: 김민수
Copyright (c) 2016 SEOUL NATIONAL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