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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가는 한강, 희미해지는 기적
손해창 ㅣ 기사 승인 2024-05-27 15  |  690호 ㅣ 조회수 : 130

손해창(GTM·23)



 한강의 기적, 여전히 유효할까? 미국 작가이자 유튜버 마크 맨슨(Mark Manson)은 지난 1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영상은 높은 우울증과 외로움을 근거로, 한국 사회가 처한 정신 건강 위기 상황을 보여준다. 4월 22일(월), 영국 일간 경제신문사인 파이낸셜 타임스(이하 FT)는 ‘Is South Korea’s economic miracle over?’ 제목의 기사를 발간했다. 의문문으로 제목을 작성했지만, 내용이 주는 메시지는 “South Korea’s economic miracle is over!”에 가깝다. FT는 기존 산업 모델의 한계와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언급하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는 한국경제 모습을 보여준다. 국외에서는 분야를 막론하고 한국 사회의 위기를 예측하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반해, 자국민은 문제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느껴진다. 우리는 ‘한강의 기적’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990년대 9.9%, 2000년대 9.1%를 기록했으나, 2011년부터 평균 3% 성장률을 보였고 2023년 성장률은 1.4%에 그쳤다. 경제 규모가 성장하면서 성장률이 감소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2023년의 경우, 경제 규모가 큰 미국과 일본보다 성장률이 낮다. 1.4% 성장률은 외환위기, 코로나-19 등 경제 위기를 제외하면 역대 최저 수준이다. 단기 저성장은 재정·통화정책으로 극복할 수 있지만, 저성장의 장기 지속 가능성은 큰 문제이다.



 한국의 낮은 합계출산율은 장기 저성장을 예고한다. 2023년 합계출산율은 0.72명이다. 4분기만 봤을 때는 0.65명까지 추락한다. 합계출산율이 0.6명을 웃돌면서, 한국의 경제 성장은 더욱 어려워졌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OECD 회원국 중 최저이자 평균의 절반도 못 미친다. 출산율 하락은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이어져, 그들이 부담해야 하는 사회·경제적 책임을 증가시킨다. 이는 생산가능인구에 부과되는 세금이 늘어나고, 복지 혜택을 받는 노인의 수가 줄어드는 결과를 야기한다.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한 시점부터 경제 경고등에 불이 들어왔다. 그러나 정부의 저출산 정책은 효과가 미미하다.



 저조한 경제성장률의 국외 요인으로는, 부동산 시장 침체에 기인한 중국의 경제 위기가 있다. 중국 부동산 기업들은 무리한 대출 및 채권 발행과 함께 아직 짓지 않은 주택을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대출 한도를 제한하며 부동산 기업은 심각한 재정난에 시달리게 됐다. 부동산 시장 침체의 영향으로 경기가 악화하며 2023년 중국 내 외국 투자 자본이 순유출을 나타냈고, 청년 실업률은 20%를 넘겼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경제 위기가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측한다. 수출 상당 부분을 중국에 의존하는 한국에게 중국의 경제 불황은 직접적인 위협 요소이다.



 정치적 분열은 저성장 문제 해결에 장애물이다. 얼마 전 제22대 총선에서 집권 여당인 국민의 힘이 개헌저지선을 겨우 넘기며 여소야대 정국이 펼쳐졌다. 21대에 이어 22대 국회도 법률 제정, 정부 예산안 처리 등에서 여야 간 갈등이 크다. 복지와 민생경제는 정책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정부와 야당은 대한민국 존립을 위해 협치해야 한다.



 좋은 소식을 기대하기 힘든 요즘이다. 한국은 6.25 전쟁부터 1997년 외환위기에 이르기까지 가파른 경제 성장을 이뤄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경제 상황은 이전만큼 기적적이지 않다. 필자는 ‘한강의 기적’이 생존적 경쟁 시스템에 기반한 중단기 과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경쟁 환경은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많은 피로를 동반한다. 대한민국은 지쳤다. 우울증 유병률, 자살률, 노인 빈곤율 모두 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기적적인 성장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성장이 필요하다. 무리한 경쟁에서 벗어나,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지향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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