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지현(GTM·23)
구름 한 점 없는 쨍쨍한 하늘, 매미의 우렁찬 울음소리, 아스팔트 위 아지랑이, 지나가다 건물 안에서 내뿜는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살겠다는 표정들 모든 것이 여름이라고 소리치고 있다.
여름과 겨울 중 어느 계절을 더 좋아하는가? 대부분 나의 지인은 겨울을 선택했다. 가만히 있어도 불쾌지수가 상승하는 여름보단 겨울이 낫다고들 했다. 하지만 필자는 여름을 사랑한다. 여름에만 볼 수 있는 선명한 햇빛, 보기만 해도 생기가 도는 풍경, 일찍 뜨는 해, 싱그러움이 매일을 기분 좋게 만들어준다. 덥고 습하지 않느냐 묻는다면 이것 또한 여름이기 때문에 덥고 습한 것마저 좋다.
여름은 무슨 색일지 생각해 본 적 있는가? 잠깐 읽는 것을 멈추고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더위나 수박이 생각나 빨간색, 워터밤 혹은 흠뻑쇼, 바다의 색처럼 파란색 혹은 다른 색들이 떠오르나?
여러 색 중에서도 필자가 생각하는 여름의 색은 초록색이다. 무더운 여름날, 시원한 카페 안에서 창밖을 내다보면 초록색 나무들이 줄지어 있는 모습, 적어도 보도블록 사이로 자라난 식물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보도블록 사이 자라난 식물을 보면 강인한 생명력이 느껴지고, 우연히 발견한 예쁘고 아기자기한 식물을 볼 때면 입가에 잔잔히 미소가 번져 종종 사진으로 담아둔다. 필자의 여름은 안정적이면서 풍성하고 무언가 할 수 있는 에너지를 받는 계절이다. 색채심리에서도 초록색은 물리적, 비물리적 의미에서 성장, 풍요, 안정감, 치유 등을 의미하고 있는데 그래서 나에게 다가온 여름 또한 초록색으로 느껴졌나 보다. 무더운 여름이 나에게는 운 좋게 발견한 네잎클로버처럼 행운 같았다.
또 초록색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네잎클로버다. 최근 이슈로 떠올랐던 행운의 네잎클로버 할아버지를 들어본 적 있는가?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지만, 성수 어딘가에 자주 출몰한다는 소문을 들었다. 몇 주 전, 성수에서 서울숲 방향으로 걸어가던 중 운 좋게 네잎클로버 할아버지를 만났다. 네잎클로버 2개가 남아있었는데 행운의 네잎클로버 할아버지를 만난 기념으로 친구와 같이 샀다. 사실 행운을 돈 주고 산다는 게 웃기기도 하지만, 그 순간에 좋다는 감정을 네잎클로버에 기록해 두는 게 의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특정한 장소에 의미 있었던 것을 기록해 두면 시간이 지나도 그때를 회상하며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마치 영화 <인사이드 아웃>의 감정 구슬처럼 소소하지만 좋았던 순간들을 기억하면서, 살아가는데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한때 주변에서 어떻게 지치지도 않고 매일 열심히 사는 거냐는 질문을 여러 차례 받았다. 처음 그 질문을 받았을 땐 바로 떠오르는 대답이 없었다. 질문을 받았지만, 나 자신도 왜 이렇게 사는 건지에 대한 의문이 들어 곰곰이 오랜 시간 동안 생각해 봤다. 이제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그냥 하는 거지 뭐 어떡해’라는 마음가짐으로 하루를 맞이하기 때문이며 잔잔한 일상에서 우연히 발견한 행운의 네잎클로버처럼 순간의 행복한 기억을 기록하며 지내는 그 행복이 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미래에 편해지려고 현재에 노력하는 것도 맞지만 이런 거창한 이유보단 행여 반복적인 일상일지라도 우연히 발견한 행운을 행복으로 만들어나갈 수 있는 것, 그것이 진짜 삶의 원동력이라 생각한다.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글을 쓴 이유는 요즘 들어 주변 사람에게서 들려오는 고민을 듣고 심심한 위로를 건네기 위함이다. 때로는 성공한 사람의 조언보다 친구들과의 대화 속에서 위로를 얻는 경우도 많으니, 필자의 글 또한 대화 속 얻은 위로처럼 느껴지길 바란다.
“지치고 힘들 때 일상 속 행운을 찾아봐. 내가 우연히 마주친 네잎클로버처럼! 우리 가까이에 숨어있는 행운을 발견했다면 그날은 멋진 하루가 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