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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글을 적는가
기사 승인 2025-07-13 17  |  705호 ㅣ 조회수 : 38

박민준 (ITM·23)


 

 작년 3월, 글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다. 인스타그램 부계정에 매일 글을 올리다 보니 점점 글에 흥미가 생겼다. 1년 반 동안 길고 짧은 글을 200개 정도 적어 왔고, 요새 그 글들을 다시 읽어보고 있다. 읽다 보니 알게 된 점이 있다. 그건 감정적으로 힘들 때 좋은 글이 나온다는 것이다. 글은 생각을 정리해서 글자로 옮기는 작업의 결과물이다. 그렇기에 생각이 많은 날에는 좋은 글이 나오기 마련이다. 모두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지금 쓰는 글도 마찬가지이다. 방학하고 평탄한 일상을 보내다 보니 글의 소재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 가지고 있는 고민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보니 글이 잘 안 써지는 게 고민이었다. 글이 안 써져서 ‘글이 안 써지는 것’을 주제로 글을 쓰고 있다니, 모순적이다. 글이란 것이 ‘나는 지금부터 글을 쓸거야!’ 라고 마음먹는다고 써지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한다. 글을 쓰는 게 단순히 재밌는 걸까? 우리가 글을 쓰는 이유가 무엇일까.



 나는 글에 최대한 ‘나’를 보여줄 수 있도록 한다. 나의 말투, 자주 쓰는 문장과 단어. 물론 무의식적으로 쓸 때가 더 많지만 가끔은 의식적으로 쓴다. 그 점이 차별성이고, 차별성은 나만의 글에 가까워질 수 있게 한다. 말했듯이 나에게 있어서 글은 ‘나’를 보여주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나만의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도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글을 적었다. 내 일상을 적었고, 내 생각을 적었다. 그렇게 쌓이던 글을 다시 읽어보니 점점 나만의 글이 만들어지더라.



 글은 나를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아무도 안 읽으면 소용이 없다. 결국 나를 보여주되 그것을 남들에게 편하게 보여줄 수 있는 글이 최종적으로 내가 추구하는 글이다. 나는 직관적인 글과 공감을 추구한다. 직관적인 문장은 글을 매끄럽게 해주고 공감은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글에 흥미를 돋운다. 그렇다면 글에서 어떻게 진정성을 표현할 수 있을까. 진정성은 표현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가 자연스럽게 글을 쓰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 진정성이다. 진정성을 표현하려고 노력한다면 오히려 진정성을 잃게 된다. 아까 말했듯이 글은 ‘나’를 보여준다. 그것이 진정성 아닌가? 나만의 색깔이 글에 스며든다면, 그것이 진정성이 있고, 깊이 있는 글이다. 글을 쓰기 위해 억지로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마음에 있던 생각들을 글로 쓰는 것이다. 진심을 적은 글이라면 자연스럽게 그 글은 가치가 있게 되는 것이다. 글이 거창한 것이 아니다. 그냥 본인의 생각을 적으면 된다. 그렇다면 글의 가치, ‘나’의 가치를 알아봐주는 사람들이 생길 것이다.



 나는 평가받는 것을 좋아하면서도 글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모든 글에는 나름의 가치가 담겨있다. 그것이 소설과 같은 하나의 작품이라면 모르겠지만, 우리가 흔히 블로그나 인스타에 쓰는 내 생각을 나타내는 글들. 그런 글들은 하나의 작품이 아니다. 그저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기에 비평의 대상이 아니다. 글을 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이다. 뭐든 적으면 그것은 충분히 가치있는 글이 될 수 있다. 글은 타인에게 나를 보여주는 수단도 되지만 나를 성찰하게 되는 계기도 된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남에게 들려주고 더불어 내 생각을 정리하고 다시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한다. 끊임없는 성찰은 결국 우리를 성장하게 한다.



 개인적으로 글이란 것은 쥐어 짜낼 수 없다. 고민한다고 써지는 것이 아니다. 지금, 이 글도 거의 10분 만에 썼다. 이 전에 써놓았던 글은 카페에서 몇 시간을 고심해서 썼지만, 이 글에서 느낀 만족감보다 훨씬 적었다. 이 글을 적으면서 깨달았다. “아, 글은 생각한다고 써지는 것이 아니구나.” 우리가 의식적으로 느슨해졌을 때, 편안한 상태일 때. 오히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막 적는 게 더 잘된다는 것을. 글을 쓰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지만 글에 담긴 내용들은 그럴지도 모른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가끔 떠오르는 생각들을 글로 적어보자. 글이 어렵다면 메모장에 한 문장이라도 괜찮다. 글은 생각보다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그 단순한 한 문장이 말이다.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다. 누군가가 읽어준다면 글쓴이와 독자 모두에게 힘이 될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지 않아도 괜찮다. 어차피 글은 나에게 가장 먼저 닿게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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