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자유
박세혁 (스포츠과학과 교수)
코로나19 때문에 많은 사람이 죽기도 했지만, 죽지 못해 사는 사람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더불어 우리 개개인의 자유도 크게 구속되고 고통을 당하게 되었다. 소상공인들의 영업에 제재가 가해져서 재정적 어려움을 겪거나 폐업하는 업소 또한 많아졌다. 매일 다니던 수영, 에어로빅댄스, 노래교실, 헬스를 다니지 못하게 되어 몸이 무거워지고 아프다고 푸념하는 사람들의 탄식도 커지고 있다. 가끔 방방 뛰며 목청 터지게 마이크를 잡고 흔들어대던 노래방도 못가고, ‘날려버려!’를 외치며 응원하던 프로야구 관람도 하지 못하게 되어 스트레스가 쌓인다고 난리다. 인간은 자신의 자유의지를 가지고 무언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을 때 행복감이 높아진다고 하는데, 자유가 억압되는 코로나의 현실 속에서 우리들의 불안과 우울감은 쌓여만가고 있다.
역사적으로는 13세기의 한센병, 14세기의 페스트, 19세기의 결핵, 20세기의 인플루엔자 등의 전염병은 발생지역 인구의 절반까지 죽음으로 몰아가기도 하였다. 특히, 근대에 접어들어 인류는 인간중심주의를 추구한 결과, 경제발전과 성장만을 위해 자연을 파괴하는 우를 범하였다. 자연이 아프면 인간도 아프게 되고, 자연파괴는 전염병과 같은 재앙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열대우림과 산야가 지금도 세계 각지에서 불타오르고 있어 심각한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로 인해 기후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예컨대, 동계올림픽과 같은 대규모 국제이벤트를 추진하며 아름드리 나무를 마구 베어내고 산을 민둥산으로 만들며 환경파괴를 자초하기도 한다. 닭장사육과 같은 집약적 축산과 인간과 동물의 서식지 공유 증가 등으로 인해 바이러스 감염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지혜와 노력을 인류 모두가 동참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경험해온 전염병보다 더 쎈 놈들이 덮쳐올 것이 당연하다. 국제화로 국가 간의 교역과 세계여행이 활발해진 현대사회에서, 개별 국가 단위로 쇄국정책과 자국민에게만 백신을 공급한다고 코로나19가 해결될 리 없다. 전 세계의 인류가 함께 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공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인간·비인간에 기초한 이원론과 인간중심주의 대신에, 일원론과 탈 인간중심주의에 기초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을 추동하는데 있어서도 인간의 과학기술을 통해 자연을 지배하고 이용하는데 급급해하지 말고, 과학기술을 통해 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여야 한다. 생태계를 훼손해가면서까지 경제발전을 이루는 것보다, 조금 늦게 도달하더라도 자연과 공생하는 것이 인류의 건강, 경제, 안녕을 위해 더 이롭고 가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이 공동체로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타인과 사회에 피해를 주는 자유는 방종이나 악행이 될 수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마스크를 쓰는 등의 방역을 강제하지 말라고 시위를 벌이기도 한다. 자유론의 저자 John Stuart Mill은 개인의 자유는 자신의 사고, 말, 행위가 다른 사람들을 해치지 않는 모든 범위에서 절대적으로 존중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어렸을 적에 자유와 관련하여 자주 쓰던 재미있는 표현이 생각난다: “네가 무슨 상관이야!” “내가 전봇대로 이빨을 쑤시건 말건...” Mill이 주장한 바와 같이,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전봇대로 무슨 행동을 해도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종교적 혹은 정치적 신념을 근거로 코로나19 방역을 거스르는 행위로 인해 결국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자유를 억압하게 만드는 행위는, 당연히 지탄받고 책임져야 마땅하다. 일상생활에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고 활보하거나 엘리베이터와 같은 좁은 공간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행위는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라는 시련을 통해 우리 사회가 자유라는 가치를 더욱 소중히 경험하며 성숙된 자유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로 삼길 기대한다. 자신의 자유뿐 아니라 타인의 자유도 공감하며 누릴 수 있는 전환점이 되었으면 한다. 자연과도 공존하며, 자연도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인간이 배려할 때 있다면 코로나19와 같은 녀석들이 다소 잠잠해질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