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대학 출범에 즈음하여..
강신규 교양대학 학장
2022년 7월1일 우리대학에서는 ‘교양대학’이라는 단과대학이 출범하는 새로운 역사의 한 페이지가 장식되었다. 이로써 그동안 인문사회대학 소속의 기초교육학부에서 전담하였던 교양교육이 한층 격상된 단과대학 차원에서 이루어지게 되었다. 대학교육에 있어서 교양교육이 차지하는 위상이 적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학부에서 주관하다보니 교육의 체계가 세련되지 못했고, 새로운 시대와 사회에 부응하는 교육을 추구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런 것이 대학 평가에도 적잖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 또한 사실이다. 이미 국내 명문대학들을 비롯한 많은 대학에서는 일찌감치 교양교육을 전담하는 단과대학을 설립하여 그들 대학이 추구하는 인재상에 맞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교양교육의 내실에 힘을 쏟고 있다.
“대학에서 교양과목을 이수하는 것은 시간낭비이며, 그 시간에 전공 교육을 받는 것이 훨씬 유익하다”란 이야기를 가끔 듣는다. 이런 이야기는 대학교육을 오해한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대학이란 단순히 전문지식과 기술을 교육하는 기관이 아니다. 수준 높은 교양을 바탕으로 전문지식과 기술을 교육하는 기관이다. 교양이란 단순한 학문적 유희나 상식, 잡학 등의 섭렵을 통해 박식, 다식함을 추구하는 지적인 장식품이 아니다. 그것은 창조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자유인이 되기 위해 필요한 철학적 기반을 가진 지적, 정서적, 도덕적인 자질을 의미하며, 진리의 발견과 인식에 대한 방법론이기도 하다.
세계 최고의 명문대학이라 일컬어지는 하버드대학에서 2007년 학부 교육과정 개편이 있었는데, 이 때 task force팀은 보고서에 하버드 교육을 다음과 같이 명시하였다: “A Harvard education is a liberal education.” 여기서 하버드 교육(Harvard education)은 전문가 양성을 목표로 하는 대학원 교육이 아닌 일반적이면서도 보편적인 교육을 추구하는 학부교육을 의미한다. 리버럴 에듀케이션(liberal education)이란 틀에 갇히지 않는 자유로운 진리의 탐구를 추구하는 교육을 의미하며, 자기 성찰을 유발하고, 비판적이며 분석적인 사고를 기르면서, 근본적으로 다른 역사적 순간들과 문화의 형성, 그리고 자신의 이해력을 넘어서는 어려운 현상들을 접할 때 생기는 소외감에 휩싸임으로써 교육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교육이다. 이 교육의 목적이 학생들의 직업을 위한 훈련이나 대학 이후 삶의 지침을 제공하는 데 있지 않으며, 추정되는 사실들을 뒤흔들어 놓고, 익숙한 것들을 낯설게 만들며, 보이는 것들의 저변과 이면에 존재하는 것을 규명하고, 젊은이들의 방향 감각을 혼란스럽게 한 다음 그들이 다시 스스로 방향 감각을 되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데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리버럴 에듀케이션을 강조하는 이면에는 이런 교육이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 세련된 문명을 이룩하는 데 크게 이바지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자리하고 있다.
리버럴 에듀케이션은 따지고 보면 우리 대학에서의 교양교육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겠다. 교양교육을 통해 키울 수 있는 논리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능력과 창의적인 문제해결 능력은 전문적이고 실용적인 전공 지식의 습득을 깊이 있게 만들 뿐만 아니라 습득한 전문적인 지식이 자신과 사회에서 어떠한 가치를 가질 수 있는지 인식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교육은 현대에 와서 새롭게 정립된 것이 아니고 중세 서구에서 시작된 대학 교육에서 추구하였던 교육 그대로이며, 오랜 세월 동안 그 가치가 틀리지 않았음이 증명된 것이기도 하다. 그런 관점에서 교양교육은 대학교육의 중요한 축이 아닐 수 없으며, 교양교육이 빠진 기술 훈련 중심의 전문교육이 진정한 대학교육이 될 수 없다. 따라서 교양교육을 받는 것은 시간을 낭비하는 행위가 아니라 지성인으로서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고 문명 발전에 이바지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우리 교양대학은 인문 및 사회학을 기반으로 한 교양교육을 담당하는 ‘인문사회교양학부’, 수학, 물리학 및 컴퓨터를 중심으로 기초과학 및 과학교양을 담당하는 ‘자연과학부’ 그리고 융합 교양교육을 담당하게 될 ‘융합교양학부’로 구성되어 있다. 인문사회교양학부와 자연과학부는 기존의 기초교육학부 전임교수님들의 전공에 따라 두 개의 학부로 분리하여 개편한 것이고, 융합교양학부는 새롭게 신설된 학부로 공통교양필수 교과목인 ‘창의적사고‘를 전담하기로 하였고, 창의융합적인 인재 양성을 위해 필요한 교양교육을 담당하게 될 예정이다.
현재 국내외 많은 대학에서 이루어지는 교양교육의 본질은 대부분 리버럴 에듀케이션이 추구하는 바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대학 나름대로 추구하는 인재상에 맞게 다양한 교육 체계와 교육 콘텐츠를 갖추고 있으며 대학의 특색이 드러날 수 있도록 독특한 교육과정 내지는 교과목들을 개발하여 운영하고 있다. 우리 교양대학에서 지향하는 인재상은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문화 예술학을 비롯하여 시대가 요구하는 융합 학문을 아우르는 폭 넓고 깊이 있는 교양교육을 통해 지성과 인성을 겸비한 우리 사회를 선도할 ’창의융합형 인재‘이다. 이 인재상에 맞추어 세부적인 교육 목표에 따라 우리 대학의 교양 교과목들은 ‘기초교양’, ‘핵심교양’, ‘학문기초’ 및 ‘교양 선택’으로 구분되어 있으며, 모든 학생들이 필수로 이수해야하는 공통 필수 교과목들은 물론이고, 영역에 따라 특색있게 그리고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도록 교과목들이 구성되어 있다. ‘기초교양’은 사회적 의사소통 능력을 기름으로써 책임 있는 시민사회의 일원임을 자각하는 공동체 정신을 함양하고, 글로벌 환경과 다문화 현실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세계시민적 능력과 자질을 그리고 지식정보사회에 필요한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기 위한 기본 역량을 함양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글쓰기와 의사소통, 창의와 인성 영역의 교과목들로 구성되어 있다. 사상과 문화, 역사와 문명, 인간과 사회의 3개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는 ‘핵심교양’은 ▲인간 ▲사회 ▲자연 ▲문화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도모함으로써 전공 교육에 대한 기초 지식을 습득하고, 다양하고 보편적인 문해 능력을 함양함으로써 심화된 학문 수행과 사회 활동에 필요한 합리적 인식과 판단 능력을 배양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학문기초’로 분류된 교과목들을 통해서는 전공 입문 단계로서의 학문적 기초 능력을 배양하고, 미래 사회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과학적·분석적 사고와 추론 능력을 기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편, ‘교양선택’ 교과목들은 다양한 학문을 체험하고 자신과 사회를 성찰하는 기회를 제공하여 전문 지식을 갖춘 지성인으로서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자각하는 시민적 역량을 함양하고, 최신의 지식을 바탕으로 인간, 사회, 문화, 자연, 과학기술 등을 폭넓고 새롭게 인식하고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