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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울 뿐인 성적표
김태연 ㅣ 기사 승인 2022-05-11 14  |  659호 ㅣ 조회수 : 387

  허울 뿐인 성적표



김태연 (문창·20)



  “선배만 믿을게요!” 얼마 전 팀프로젝트 과제가 있었던 기자에게 한 후배가 던진 말이다. 후배는 별 생각 없이 던진 말이었겠지만 ‘선배 준비가 되지 않은 나’에게 선배라는 단어는 생각보다 무겁게 다가왔다. 나조차도 아무 것도 아는 게 없는데 누군가를 이끌어야 할지도 모르는 자리에 앉게 돼버린 것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같은 20학번 학우들이 3년이란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겠다. 학교를 다닌 지 햇수로 3년인데 아직도 학교의 지리조차 잘 모르는 동기들이 주변에 태반이다. 팬데믹이 단절시킨 캠퍼스와의 연결고리를 다시 꿰매기에는 꽤나 멀리 돌아온 것 같다.



  수업은 또 어떤가. 2년간 진행된 교수자의 일방적인 강연으로 진행되는 녹화 강의, 좋지 않은 음질에 애 먹으며 3시간동안 노트북 앞에 가만히 앉아 있어야하는 Zoom 수업, 절대평가와 상위상대평가 형식으로 매겨진 학점들까지. 이것들 모두에 다들 만족하고 있는지?



  기자는 얼마 전 졸업요건을 확인하기 위해 통합정보시스템에 들어갔다 우연히 전체 성적 조회 시스템을 열람하게 됐다. 전체 평점은 사실 꽤 만족스러운 정도였다. 그러곤 성적증명서에 적힌 과목들을 찬찬히 흝어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충격을 감출 수 없었다. 문학적상상력, 현대메가트렌드, 삶의 윤리학, 현대문화론 …. 대부분 학교에서 필수로 지정한 교양 과목들이다. 그러나 기자는 과목 옆에 선명히 적힌 A+에도 마냥 기뻐할 수가 없었다. 내가 이 수업에서 무엇을 얻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것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미 알고있던 문제였을지도 모른다. 적당히 찾은 자료를 버무리고 적당히 찾은 단어들을 양념해 내놓은 시험 대체 레포트가 몇 개월이 지난 지금의 나에게도 남아있을 리 없다. 출석 점수를 얻기 위해 강의를 틀어놓은 뒤 다음 날까지 마감 기한인 과제를 수행했던, 화려한 멀티 태스킹을 수행했던 내 머릿속에 과제 주제와 강의 내용이 기억날 리 없다. 비대면 시대, 팬데믹 시대를 언급하며 포문을 열었지만 사실 그것들만이 문제일까?



  언제부터인가 시간표를 짜며 ‘에브리타임’ 속 강의 평가를 들락날락거릴 때면 내가 흥미를 가진 수업보다는 ‘교수님이 점수를 잘 주세요.’, ‘꿀강의임’, ‘과제 별로 없고 시험도 쉬워요’ 따위의 키워드에 집중하게 됐다. 물론 대부분의 대학생이 비슷할 것이다. 이러한 강의평가를 남기는 학우들 역시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교수님이 점수를 잘 주시니 너도 마음 편하게 수업 듣고 편하게 학점 따가렴”하는 불특정다수를 배려하는 마음. 사실 강의를 제외하고도 알바에 자격증에 각종 대외활동을 병행해야하는 우리들에게 강의에 진심으로 임하는 것은 당연히 어려울지도 모른다.



  다만 이렇게 심각성을 깨닫게 된 이상, 조금 늦었을지라도 함께 강의에 진심으로 임해보자는 조언을 던지고 싶다. 대학은 학문과 사회 경험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특수한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본격적으로 사회의 일원이 되기 전에 원하는 것을 자유롭게 배울 수 있는 마지막 장소일지도 모른다. ‘날 믿는 후배’를 위해서라도, 성적표에 찍힌 좋은 성적이 수업에 성실히 임했다는 증거가 될 수 있게, 이제부터라도 우리 진심으로 대學 생활에 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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