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 전, 새해 인사를 전하지 못했던 선배에게 뒤늦게 메시지를 보냈다. 명절이 오면 보내는 인사말은 항상 비슷하지만, “새해 복 많이 받아라”, “휴가 동안 잘 쉬고 보자”와 같은 말에 거짓은 없을 것이다. 특히 새해를 맞이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보내는 인사는 지난 일 년을 돌아보게 한다. 그런데 이번엔 처음 받아보는 인사말이 있었다.
“너도 놀라운 한 해 되렴!” 대학생들 사이 그리 흔한 표현은 아닐 것이다. ‘~하렴’이 주로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조언하거나 권유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어서다. 그런데 그 메시지를 한참 동안 들여다본 이유는 ‘놀라운’이라는 단어 때문이었다.
‘놀라운’에는 세 가지 뜻이 따른다. ⑴감동을 일으킬 만큼 훌륭하거나 굉장하다, ⑵갑작스러워 두렵거나 흥분 상태에 있다, ⑶어처구니 없을 만큼 괴이하다. 이 세 가지 뜻 중 첫 번째 뜻의 ‘놀라운’을 사용한지는 오래되었다. 감동을 받아 “놀라워!”라고 표현하는 일은 나뿐만 아니라 다른 이에게도 살면서 손에 꼽을 것 같다.
그만큼 나에겐 ‘훌륭해’, ‘굉장해’와 같은 표현도 낯설다. 칭찬이 박한 부모님에게 자라서인지 나 스스로 긍정적인 표현이 쉽지 않다. 나 자신과 타인에게 관대하지 않은 날이 많았다. 늘 당근보단 채찍이 효과적인 동기부여라고 여기지만, 선배의 다정한 인사 한마디에 마음이 움직인 걸 보면 당근은 항상 필요하다. 친구와 가볍게 떠난 여행에서도 서로의 행동에 원칙만을 내세운다면 즐거웠던 시작의 여행이 되돌아보고 싶지 않은 여행으로 남겨질 수 있다. 타인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더 관대해지자.
1년의 편집장 생활을 하며 목표가 여러 번 바뀌었다. 처음엔 그저 조직의 관리자 역할만을 해내자는 것이었고, 다음엔 더 좋은 내용으로 구성됐으면, 또 다음엔 여러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싶었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팀원들도 바쁜 일정에 여러 번 목표가 바뀌었을 거 같다. 매 호 신문을 발행하고 숨 돌릴 새도 없이 다음 호를 준비하며 최선을 다한 글 기자들에게, 읽기 좋은 신문을 위해 예쁜 디자인을 구현해준 디자인 기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린다. 모두에게 놀라운 한 해가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