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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영화관에 가는 이유
황아영 ㅣ 기사 승인 2025-07-15 20  |  705호 ㅣ 조회수 : 6



▲ 황아영 기자 (문화예술·22)


 

 한국인에게 영화관은 ‘심심하면 가는’ 대표적인 놀거리였다.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코로나-19 시기 관객이 급감하자, 영화관들은 티켓값을 올렸다. 2019년 대비 2023년 영화 티켓 가격은 23%나 상승했다. 현재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성인 주말 일반 요금은 약 1만 5천원. 팝콘과 음료까지 더하면 2만원이 훌쩍 든다. 저렴한 문화생활로 불리던 영화 관람은 어느새 외식이나 공연과 다를 바 없는 소비가 됐다.



 2023년 패널나우의 조사에 따르면, 영화관을 찾지 않는 이유 1위는 ‘영화 티켓값이 비싸서’(46%)였다. 2위는 ‘조금만 기다리면 OTT에 올라오니까’(26%)다. 예전 같으면 새 영화를 놓치지 않겠다며 주말 예매 전쟁을 치렀을 관객들이, 이제는 몇 주만 기다리면 집에서 저렴하게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지갑을 닫는다.



 그럼에도 영화관만이 주는 가치는 분명하다. 영화는 본질적으로 영화관을 위해 제작된 콘텐츠다. 집에 아무리 좋은 장비를 갖춰도 OTT 화면으로는 느낄 수 없는 압도적 스크린과 사운드, 그리고 공간이 주는 몰입감을 따라갈 수 없다. 영화관은 영화를 ‘본다’가 아니라 ‘경험한다’는 감각을 되살린다. Dolby Cinema, 4DX, ScreenX 같은 특수관은 이러한 경험을 더욱 극대화한다.



 영화관은 단순히 영화를 상영하는 곳을 넘어 사람들을 이어주는 사회적 장소이기도 하다. 연인들은 영화관을 데이트 코스로 찾고, 친구들은 같은 영화를 본 뒤 로비나 카페에서 감상을 나눈다. 집에서 혼자 보는 OTT 영화는 편리하지만, 그 순간을 함께 기억해 줄 누군가는 곁에 없다. 영화관은 같은 장면에서 숨죽이고, 같은 대사에서 웃는 사람들 사이에 ‘연결감’을 만들어낸다. 이 연결감은 모니터 화면으로는 대체될 수 없는 경험이다.



 대작 편중 속에서도 다양한 영화를 볼 기회는 점차 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연간 상영 일수의 60% 이상을 독립·예술영화로 채우는 ‘예술 전용상영관’을 지정해 운영을 보장하고 있다. 현재 전국 전용상영관은 66곳으로, 멀티플렉스 극장에서도 독립·예술영화를 만날 수 있다. 서울시 노원구의 ‘더숲아트시네마’도 그중 하나다. 최근에는 오르페오, 라이크어시네마처럼 소규모로 대관해 원하는 영화를 볼 수 있는 공간도 늘고 있다.



 영화관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한 경험 중 하나는 GV(Guest Visit)다. 상영 후 감독, 배우, 혹은 초대 게스트와 관객이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다. 한 시간 남짓 이어지는 대화를 통해 관객은 제작 과정과 뒷이야기, 배우의 해석 등 더 깊고 다채로운 경험을 얻게 된다. 열정이 넘치는 경우 5시간이 넘도록 밤을 새워 대화가 이어지기도 한다. 이는 OTT로는 결코 대체될 수 없는 영화관만의 고유한 가치다.



 영화제는 이러한 영화관의 장점을 집약해 놓은 행사다. 부산국제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같은 대규모 영화제부터 지역 소규모 영화제까지, 전국에는 약 180개의 영화제가 열린다. 이때 평소에 관객이 드문 예술 영화관과 독립 영화들도 다시 숨을 쉰다. 영화제는 단순한 상영 공간을 넘어 한 도시의 문화 중심이 된다. 지난해 전북의 작은 도시 무주에서 열린 제12회 무주산골영화제는 총 3만 5천명의 관객을 불러 모으며 약 179억 4천만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창출한 것으로 분석됐다.



 무엇보다 영화관은 일상의 탈출구가 된다. 불이 꺼지고 스크린이 켜지는 순간, 관객은 현실에서 한 발짝 떨어져 또 다른 세계로 들어간다. 집에서 영화를 볼 때는 갑자기 울리는 스팸 전화, 떠오르는 할 일, ‘계속 볼까 말까?’ 하는 고민이 몰입을 방해하지만, 영화관의 어두운 상영관 안에서는 오직 이야기 속 세계만이 존재한다. 이 ‘현실과의 단절’이야말로 영화관만이 제공할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다. 불이 켜지는 순간, 잠시나마 다른 세계를 살다 돌아온 듯한 그 기분. 그래서 나는 영화관으로 향한다.



*멀티플렉스: 여래 개의 스크린을 갖춘 영화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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