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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 사회는 혐오와 편가르기가 만연해있다. 노인 혐오, 아동 혐오, 여성 혐오, 동성애 혐오 등 어떠한 집단으로 분류될 수 있다면 언제든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세상이다. 그 중에서도 성별 혐오, 남녀 갈등에 관한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다. 우리 모두가 당사자이자 가장 공감할 수 있는 사회문제일 것이며, 이 문제에 관해선 날이 서는 사람들도 꽤 있을 것이다.
필자는 이 남녀 갈등이라는 사례를 통해 현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들여다 보았다. 남녀갈등이 정치적 문제와도 깊게 결부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며 우리 청년 세대에게 경각심을 주고 싶었다. 화합 같은 뻔한 말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한국에서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갖고 태어난 필자는, 사실 남녀갈등이 마냥 거부돼야할 사회 악으로만 느껴지진 않는다. 예민해진 여성들 덕분에 사람들은 어떤 말과 어떤 행동이 잘못된 것인지 자각하기 시작했다. 다소 과격해진 방식 때문에 많은 문제들도 야기했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 여성의 존엄성 향상에 이바지했다는 것은 여성으로서 살아가며 직접 실감하고 있다.
필자는 이를 남자와 여자간의 싸움보다는 여성의 운동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본다. 일부는 부정하지만, 그전의 한국 사회는 여성에게 폭력적이었다. ‘맘충’, ‘된장녀’, ‘김치녀’같은 저급한 혐오 발언들이 유행어였던 시절을 떠올려보자. 다소 극단적인 양상을 띄었던 운동은 여성 혐오적인 사회에 있어서 불가피한 현상이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행태가 지금까지 이어져 오며, 오히려 사회의 진보보다는 퇴보가 가속되고 있다. 어느새 그 목표가 권리 향상보다는 상대 집단에 대한 혐오와 되갚음, 비난 따위의 일에 더욱 초점이 맞춰져있다. 그 과정에서 표현의 자유보다는 혐오의 표현만이 남게되었고, 본인의 생각과 다른 것은 모두 악으로 치부하는, 이분법적 사고가 지배적인 세상이 되었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정치인들은 특정 성별의 환심을 사는데 열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0대 대선 결과가 그에 대한 성과를 여실히 드러냈다. 이는 지금의 20, 30세대들이 그렇게 진절머리치는, 어르신들의 지역감정과 별반 다르지 않게 느껴진다. 한 때 지역 혐오를 이용해 정치적 표심을 샀던 과거의 역사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주제 넘지만 나와 같은 청년 세대에게 몇 가지를 당부하고 싶다.
먼저, 언어를 항상 경계하자. 언어가 가진 힘은 매우 크다. 사회는 언어를 따라간다. 특히 언어가 일으키는 이분법적 사고를 조심해야한다. ‘페미’라는 단어를 떠올려보자. 어느 순간부터 페미는 본래 의미를 잃고 남성 혐오를 뭉뚱그려 표현하는 의미가 됐다. 이 두 글자는 여성 운동이 어떠한 형태로 진행되던 간에 단순 혐오 세력으로 간주돼버리도록 만들었다. 이는 여성들이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지 못함과 동시에, 여성 권리를 억압하며 갈등만을 야기한다.
이대남, 이대녀라는 단어들도 유행했었다. 남자 대 여자의 갈등 구조에서 나아가 더 구체적인 집단으로 분열시켰다. 우리가 흔히 쓰이는 보수와 진보, 좌파와 우파 등의 단어도 그러한 관점에서 경계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다양한 생각들을 존중하도록 하자. 내 생각을 강요하지 말하야 한다. 어떻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소리로 들리겠지만 지금 사회는 이것조차 되지 않는 것이 문제다. 앞서 언급했던 이분화된 사고는 기본적인 윤리 의식 또한 희미하게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도록 하자. 사람들이 활자와 멀어지고 SNS가 발달하면서 선동하고 선동되기 쉬워졌다. 그러한 때일수록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소신이다. 다수가 맞다고 하더라도 항상 의심해야하며, 스스로가 직접 찾아보고 판단해야한다. 가짜 뉴스가 판을 치고, 정치를 유튜브에서 배우는 지금 사회에서 특히나 요구된다.
하고 싶은 말이 더욱 더 많지만 이것으로 글을 마친다. 혐오와 갈등은 결국 미래 우리 세대에게 악영향을 끼친다. 만약 그 갈등에서 당사자로 있다면, 그 굴레에서 빨리 빠져나오길 바란다. 갈등과 선동으로 점철된 세상에서 본인들을 지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