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테크관 신축공사 착수… 2028년 8월 준공 목표
 우리대학이 약 2년 3개월에 걸친 하이테크관 신축공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한다. 이번 사업은 노후화된 기존 시설을 철거하고 미래형 교육·연구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것으로, 2028년 8월 준공을 목표로 추진된다.    신축에 나선 이유    기존 하이테크관은 장기간 활용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었으며, 건물 노후화와 공간 활용 문제 등이 꾸준히 제기됐다.  오승민 시설과 주무관은 “기존 하이테크관은 급변하는 연구 환경과 기술 발전에 대응하기에 공간 효율성과 설비 측면에서 한계가 있었다”며 “미래 융복합 연구의 거점이 될 수 있는 첨단 교육·연구 환경을 조성하고자 신축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하이테크관 조감도(출처=시설과)    학생 불편 줄이기 위한 대책    공사 기간이 2년 3개월에 달하는 만큼 학생들은 소음과 통행 불편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김나예 씨(신소재·26)는 “강의 시간 중 발생할 소음이 가장 걱정된다”며 “특히 프론티어관은 하이테크관과 인접해 있어 공사 영향이 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통행 제한으로 인한 불편도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정혜원 씨(컴공·24)는 “학교에서 공사를 자주 진행해 기대했던 대학 생활을 누리기 어렵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누리학사에 거주하고 있는데 아침부터 공사가 시작돼 소음 때문에 잠에서 깨는 경우가 많다”며 불편함을 호소했다. 또한 이다정 씨(ICT·26)는 “하이테크관 뒤편으로 통행할 수 있다는 안내를 받지 못해 붕어방까지 돌아가야 했다”고 말하며 안내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이처럼 하이테크관 인근에는 중앙도서관과 프론티어관 등 학생 이용 시설이 밀집해 있어 소음과 진동으로 인한 학습권 침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오 주무관은 “중간·기말고사와 계절학기 등 학생들의 집중이 필요한 기간에는 소음과 진동이 큰 공정을 최대한 조정할 계획”이라며 “부득이하게 소음 발생 작업이 필요한 경우에는 에어 방음벽 설치 등 추가적인 저감 대책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공사 진행에 따라 하이테크관 주변 통행 동선도 일부 변경된다. 대학 측은 사업부지 전면과 향학로 측 도로 주변에 가설 펜스를 설치할 예정이며, 이에 따라 기존 통행로 일부가 제한된다. 또한 소음 저감 대책뿐 아니라 안전사고 예방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공사 기간 동안 학내 공간과 공사 현장을 물리적으로 분리하고, 대형 공사 차량이 집중적으로 출입하는 시간대에는 안전 신호수를 배치해 학생의 이동 안전을 확보할 예정이다.    교육·연구 기능 집약한 융합 공간으로    건물은 용도와 채광, 환기, 공간 개방감 등을 고려해 두 개 동으로 나눠서 설계됐다. 대학 측은 교육·실습 공간과 연구 공간의 기능을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한편, 이용자가 쾌적한 환경에서 건물을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새 하이테크관의 활용 계획에 대해 김선 공과대학 행정지원 팀장은 “신축 스마트기술동과 개축 하이테크관은 미래 산업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첨단 교육·연구 공간으로 조성될 예정”이라고 답했다. 총 9,325㎡ 규모로 새롭게 조성되는 해당 시설은 다양한 실험실과 연구실, 강의실을 집약해 공과대학 역량 강화와 융합형 환경 구축을 목표로 한다.  기존 하이테크관에서 운영되던 교육용 실험실은 모두 개축 하이테크관 및 신축 스마트기술동으로 재입주하며, 현재 프론티어관에 분산돼 운영 중인 전산해석실도 새 건물로 이전할 예정이다. 더불어 김 팀장은 “저층부에는 학생 중심의 교육·실습 공간을, 상층부에는 연구 중심 공간을 배치해 교육과 연구가 자연스럽게 연계되는 공과대학의 핵심 거점으로 조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팀장은 “하이테크관을 사용할 주 학과와 구체적 시설에 대한 세부 사항은 향후 사용자 협의 및 공간 조정 과정을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습과 연구 공간, 학생 편의시설도 조성    하이테크관은 다양한 기능이 유기적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구성된다. 학생회실을 비롯해 △휴게홀 △라운지 △카페 △편의점 등 학생 편의공간도 함께 조성될 예정이다.  대학 측에 따르면 1층에는 △로봇실험실 △자동차실험실 △재료실험실 △러닝팩토리 △기초역학실험실 등 실습 공간이 들어선다. 2층에는 대형 강의실 2개와 일반 강의실 8개를 비롯해 카페와 편의점이 조성된다. 3층에는 △전산해석실 △메카트로닉스실 등 교육용 실험실과 학생 지원 공간이 마련되며, 4층 이상은 △교수연구실 △연구용 실험실 중심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학생들은 편의 공간 조성 계획에 대해 기대와 함께 다양한 의견을 나타냈다. 김아영 씨(기계·24)는 “현재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며 “새 하이테크관에는 학생들이 편하게 학습할 수 있는 공간이 충분히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나예 씨 역시 “학생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며 “처음 방문하는 사람도 한눈에 구조를 파악할 수 있도록 복잡하지 않게 설계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진정한 ‘하이테크’관으로    하이테크관 신축공사는 노후 시설을 대체하고 미래형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사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약 2년에 걸친 장기간 공사가 진행되는 만큼 소음과 통행 불편, 안전 문제에 대한 대학 측의 지속적인 관리와 구성원들의 이해가 필요하다. 새 하이테크관이 교육·연구·학생 복지를 아우르는 복합 공간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민하 기자 minha6118@seoultech.ac.kr 곽보림 수습기자 kwaks@seoultech.ac.kr
"살 빠지는 주사" 열풍, 위고비·마운자로의 그림자
 위고비·마운자로와 같은 비만치료제가 크게 유행하고 있다. 헬스케어 데이터 및 임상 연구 전문 기업 아이큐비아의 통계에 따르면 국내 비만약 시장 규모는 2021년 1,436억원에서 2024년 2,426억원으로 상승폭을 보이다 지난해인 2025년 8,195억원으로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비만약 시장 전체의 규모를 위고비나 마운자로 같은 비만치료제가 이끌고 있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비만치료제의 놀라운 성장과 효능에 부작용과 오남용 문제가 가려져 있다. 많은 이들이 깊이 있는 고민 없이 위고비나 마운자로를 처방받고 있다. 본지는 의학계 전문가들이 우려를 표하는 비만치료제 처방과 투여 실태를 취재했다.    새로운 비만치료제의 등장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던 ‘삭센다’는 2018년 국내 시장에 등장하자마자 비만치료제 시장 1위가 됐다. 한국경제에 따르면 삭센다의 2019년 매출은 300억원 이상이다.  삭센다는 GLP-1 수용체 작용제인 리라글루티드를, 위고비는 세마글루타이드를, 마운자로는 GLP-1과 GIP 수용체 작용제인 티르제파타이드를 주성분으로 한다. 세 약물 모두 식욕을 억제하고 혈당을 조절하는 호르몬의 작용을 활용해 체중 감량 효과를 낸다. GLP-1 계열 비만치료제의 성공으로 많은 기업이 ‘차세대 비만치료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체중 고민으로 스트레스 받던 A씨는 본인이 투여한 마운자로의 가격이 2.5mg은 1회 약 9만원, 5mg은 약 12만원이라고 밝혔다. 총 4회를 투여해야 하는 한 달 분량으로는 각각 36만원, 48만원 선인 셈이다. 저렴하지 않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GLP-1 계열 비만치료제가 비만약 시장 규모의 증가를 이끌고 있는 이유는 명확했다. 투여자들은 △주 1회 투여의 편리함 △운동과 식이요법의 병행으로 유지하는 다이어트의 어려움과 실패 경험 △체중 조절과 식욕 감소에 큰 효과 등을 이유로 꼽았다.  최종수 우리의원 대표원장에게 사람들이 다른 다이어트 방법 대신 비만치료제를 선택하는 요인에 대해 묻자 최 원장은 “비만에 대한 인식의 패러다임 변화가 (그 요인이라고) 생각한다”며 “예전에는 운동부족과 과식 등 개인의 의지부족에서 비만의 원인을 찾았지만 이제는 대사이상이 원인이 되는 질병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또한 최 원장은 “약물치료를 통해 단순한 배고픔을 참는 것이 아니라, 뇌의 시상하부에 작용해 음식에 대한 집착과 감각적 만족을 찾게 하는 탐닉적 식욕을 억제할 수 있기 때문에 이전보다 쉽게 배고픔을 참을 수 있게 된 것”이라며 약물 복용의 간편함과 좋은 접근성을 비만치료제 유행의 비결로 제시했다.    시장을 장악한 비만치료제, 부작용은?    A씨는 지난 4월부터 의사에게서 처방받은 마운자로를 투여하고 있다. 현재 마운자로 5회차인 A씨는 “(투여 이전에 비해) 먹고 싶은 충동이 없다. 마운자로와 함께 식이조절, 운동을 병행하면서 체중 감량에 효과를 봤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비만치료제의 놀라운 효과와 함께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다양한 부작용이다. 스트레스성 폭식으로 고민하던 우리대학 재학생 B씨는 수험생이던 지난 2025년 3개월에 걸쳐 위고비를 투여했다. 최저 용량인 0.25mg에서 0.5mg, 이후 1mg을 투여했다는 B씨는 “위고비의 부작용으로 두통이 증가해 스트레스가 늘었었다. 스트레스가 늘자 자연스럽게 식욕이 증가했다”며 3개월 만에 투여를 멈춘 이유를 밝혔다.  위고비를 처방받은 과정에 대해 묻자, B씨는 처방 자체는 기준(BMI 등)에 맞게 이뤄졌다고 전하면서도 “(고민하고 있는) 스트레스성 폭식에는 큰 효과가 없다는 설명을 듣지 못하고 투여를 시작했다. 실제로 스트레스성 폭식이나 정신적인 영향으로 인한 폭식으로 증량한 경우 위고비로 감량이 힘들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한 B씨는 “(몇 차례 투여한 이후) 의료진에게 위고비를 맞는 동안 운동을 하지 않으면 몸무게가 그대로라도 근육이 계속 빠진다는 설명을 들었다. 실제로 위고비를 맞은 후 인바디를 측정했을 때 근육이 빠져있었다”고 밝혔다. B씨는 위고비로 인한 근육량 감소에 대해 투여 전 미리 안내받지는 못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비만치료제, 오남용 문제 심각    부작용만큼 큰 문제가 바로 비만치료제 오남용이다. 최근 일부 유명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가 비만치료제 사용 사실을 밝히며 이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이때 우려되는 지점은 정상체중 인구가 미용 체중으로 가기 위해 비만치료제 처방 대상이 아님에도 이를 처방받아 오남용할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특히 극단적으로 마른 체형을 뜻하는 이른바 ‘뼈 말라’ 선호 현상과 맞물려, 비만치료제가 건강관리 목적의 치료제가 아닌 ‘극단적인 체중 감량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로 포털 사이트에 ‘정상체중 위고비 처방 병원’을 검색하면 일부 카페나 블로그에서 BMI 지수와 무관하게 처방받을 수 있는 병원 정보를 ‘성지’라는 표현을 통해 공유하고 있다.  일부 온라인 광고나 콘텐츠에서는 “위고비 대신 먹는 음식”, “마운자로처럼 살 빠지는 제품” 등의 표현이 쓰이며 약물의 이름 자체가 다이어트 효과를 강조하는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된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해당 약물을 의학적인 치료제가 아닌 단순 다이어트 보조제 정도로 인식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런 실태는 곧 대중이 의사의 처방과 약사의 복약 지도를 철저히 지켜야 하는 전문의약품을 마치 미용 약품처럼 여기도록 한다. 특히 GLP-1 계열 비만치료제는 위장관 운동을 조절하기 때문에 △복통 △설사 △변비 △복부팽만 △오심* △구토 등 소화기계 부작용이 흔하게 발생한다. 또한 드물게는 △급성 췌장염 △담낭염 △위 마비** 등의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의료계에서는 첫 투약 시 가장 낮은 용량으로 시작해 신체 반응을 살핀 뒤, 약의 용량을 점차 늘리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그러나 빠른 효과를 보려는 일부 투약자들이 초기 단계를 건너뛰고 곧바로 높은 용량을 고집하면서 약물 부작용이 극대화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정해진 지침을 벗어난 오남용이 화를 키우는 것이다.    비만치료제, 정상체중의 다이어트 약으로    GLP-1 계열 비만치료제의 처방 대상은 체질량지수(BMI) 30kg/m² 이상인 고도비만 환자나 BMI 27kg/m² 이상 30kg/m² 미만이고 고혈압·고지혈증 등 대사성 동반 질환을 최소 하나 이상 앓고 있는 환자다. 하지만 최근 미디어와 SNS를 통해 ‘쉬운 다이어트 약’으로 포장되면서, 기준에 맞지 않는 이들이 편법으로 처방받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최 원장에게 정상체중인 사람들이 미용 목적으로 비만치료제를 처방받는 경향에 대해 의견을 묻자 “의료계에서는 BMI 25 미만의 정상체중이거나 약간의 과체중인 사람들이 미용 목적으로 이 약을 오남용하는 현상을 매우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며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어 “(정상체중군의 투약은) 득보다 실이 훨씬 크다. 정상체중에서 투약하더라도 췌장염이나 담낭염 같은 치명적인 위험에 똑같이 노출된다”고 지적했다.  최 원장은 약물 중단 이후 나타날 수 있는 요요 현상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최 원장은 “미용 목적으로 비만치료제를 잠깐 썼다가 끊으면 식욕이 폭발하며 원래 체중으로 돌아간다. 이때 빠진 근육은 안 돌아오고 지방만 더 차올라 체성분이 기존보다 악화해 체중이 기존보다 더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최 원장은 “불필요한 사람들까지 과도한 관심으로 전 세계적인 공급 부족 상황이 유발되고 미용 목적의 소비가 커지면, 정작 약을 쓰지 않을 경우 합병증 위험이 큰 고도비만 환자나 대사질환 환자들이 약을 구하지 못하는 의료 자원 배분의 불평등이 발생할 수 있다”며 현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삭센다와 마운자로(출처=셔터스톡)  비만치료제, 바른 인식과 처방 필수    GLP-1 계열 비만치료제는 고도비만 환자나 당뇨 환자들에게 체중 감량과 혈당 조절 측면에서 두드러지는 치료 효과를 보인다. 다만 의학적 치료 목적을 벗어나 단순 미용이나 단기간의 급진적인 체중 감량 수단으로 소비되는 사례가 늘어나며 이러한 현상이 사회적 문제로 여겨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식약처는 GLP-1 계열 비만치료제를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위고비, 마운자로 등이 치료 목적이 아닌 다이어트 등 미용 목적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되면 의약품 외부에 이를 의무적으로 표기해야 하며, 의약분업 예외지역 약국***에서도 의사의 처방전 없이는 처방받을 수 없다.  이처럼 비만치료제는 개인의 건강 상태와 체질, 동반 질환 등을 고려한 의료진의 판단 아래 올바르게 처방되고 사용돼야 한다. GLP-1 계열 비만치료제를 ‘쉽게 살을 빼는 약’이 아니라, 의료진의 판단에 따른 신중한 사용이 이루어질 때 효과와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치료제라고 인식해야 할 시점이다.    *오심: 토할 것 같은 불쾌한 느낌이나 메스꺼움  **위 마비(위 무력증): 위 근육의 수축력이 저하돼 위가 음식물을 원활히 내려 보내지 못하는 상태  ***의약분업 예외지역 약국: 병원이나 약국이 멀거나 부족해 약사가 처방전 없이 의약품을 조제할 수 있는 약국   이혜원 기자 dl0840@seoultech.ac.kr 이다정 수습기자 leeda07@seou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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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역사 왜곡, K-콘텐츠와 감수 체계의 공백
 지난 5월 15일(금)에 방영된 MBC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 11회가 역사 고증 오류로 거센 비판을 받았다. 21세기 입헌군주제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한 해당 회차에서는 새 국왕의 즉위식 중 신하들이 일제히 “천세(千歲), 천세, 천천세”를 외치는 장면이 송출됐다. 이에 21세기 대한민국을 스스로 제후국으로 격하시킨 연출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시청자들의 항의는 구체적인 복식과 의례 오류로 이어졌다. 황제가 착용하는 십이류면관 대신 제후국 왕의 구류면관을 사용한 점, 국왕의 서거를 황제의 표현인 ‘붕어’가 아닌 제후국의 ‘홍서’로 처리한 점 등이 대표적이다.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는 “한국사를 중국 역사에 편입하려는 동북공정 논리에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며 시정 캠페인에 착수했다. 제작진은 이틀 만에 공식 사과문을 내고 재방송에서의 수정 조치에 나섰으나,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반복되는 역사 오류, 달라지지 않는 구조    드라마에서의 역사 왜곡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2021년 방영된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는 조선 왕실을 배경으로 하면서 중국풍 소품과 의상을 사용해 논란이 됐다. 극 중 월병·피단 등 중국 음식이 등장하는 등의 역사 고증 오류가 잇따라 지적됐으며, 태종과 충녕대군을 부정적으로 묘사했다는 역사 왜곡 비판까지 더해져 방영 2회 만에 폐지됐다.  역사 왜곡이 드라마 플롯 전반에 영향을 준 사례도 있다. 같은 해 방영된 JTBC 드라마 <설강화>는 5·18 민주화 운동에 북한 공작원을 결합한 설정이 논란의 핵심이었다. 방영 중단을 요구하는 국민 청원에 수십만 명이 서명했고 주요 광고주들이 잇따라 광고를 철수했지만, 드라마는 끝까지 방영됐으며 논란은 봉합되지 않은 채 마무리됐다.  세 사건의 구조는 닮았다. 방영 전에는 걸러지지 않고, 시청자의 항의 후에야 수정이 이뤄졌다. 역사 감수가 별도의 절차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공통된 배경이다. 현재 드라마 제작 과정에서 역사 자문은 선택 사항에 가깝다. 제작비 구조 또한 문제로 지목된다. 최태성 역사 강사는 개인 SNS 계정에서 해당 논란을 언급하며 “배우 출연료에는 수억원을 아낌없이 쓰면서 역사 고증 비용은 몇십만원 수준으로 퉁치려 한다”고 지적했다.   ▲ 논란이 된 MBC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 즉위식 장면(출처=MBC)  “K-콘텐츠도 철저한 조사와 고증이 동반돼야”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을 의도적 왜곡보다 역사적 맥락에 대한 무감각의 결과로 본다. 갑오개혁으로 청나라와의 종속 관계를 끊고, 고종이 황제를 선포하며 대한제국을 세운 역사가 창작 현장에서 충분히 내면화되지 않은 채 가상 세계관 설정 속으로 흘러내린 결과라는 것이다.  우리대학 김성수 교양대학 교수는 이번 논란의 역사적 배경에 대해 “중국의 황제에 대해서는 만세, 고려나 조선의 왕에 대해서는 천세라는 구호를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갑오개혁 이후 조선이 청나라와의 종속 관계를 끊고 대한제국을 선포한 것은 청과 조선이 외교적으로 동등한 관계라는 점을 대내외적으로 선포한 사건”이라며 강조했다.  역사적 사실 변형의 허용 가능한 범위에 대해 김 교수는 사회적 합의를 기준으로 제시했다. “우리 공동체는 역사 사실과 그에 대한 기억을 공유하며 형성된다”며 “역사 사실이 공동체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평가해 사회적 합의를 마련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회적 합의에 기초한 소통의 결과물이라면 우리 사회가 수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설강화>와 같이 역사적 사건의 성격 자체를 바꾸는 설정이 논란이 된 것은 그러한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만들어진 콘텐츠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창작 현장의 역할에 대해서 “창작자가 역사 연구자가 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창작물이 독자와 관객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철저한 조사와 적절한 수준의 고증이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역사학을 비롯한 인문과학, 예술 창작 등 다양한 분야의 성장이 K-콘텐츠 산업의 미래를 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디즈니플러스 자체 집계에서는 전 세계 최다 시청 로컬 오리지널 콘텐츠 상위 15개 중 9개가 한국 작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위상이 수치로 확인되는 만큼, 그 안에 담긴 역사 인식의 문제는 단순한 제작 실수로 처리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이를 바로잡는 수단은 여전히 시청자의 항의에 기대고 있다. <21세기 대군부인>의 경우 국내 재방송분과 해외 OTT 플랫폼 모두에서 수정이 이뤄졌지만, 논란이 확산된 뒤 수습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21세기 대군부인>에 제작비를 지원했던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이번 논란 직후 “제작지원 신청·선정 단계부터 자문 및 고증 계획 제출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약 6만 명의 동의를 얻은 국민청원이 국회에 회부됐고, 방송통신위원회는 지원금 환수 여부를 검토 중이다.  해외에서도 이를 법령으로 강제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 다만 일본 공영방송 NHK의 대하드라마는 역사학자, 복식·건축·예법 전문가를 제작팀에 포함하고 박물관 소장 유물 데이터를 의상과 세트 고증에 직접 활용하는 것이 오랜 제작 관행으로 자리잡혀 있다. 영국 공영방송 BBC 역시 시대극 제작 시 역사 자문가가 대본 작성 단계부터 참여해 의상·세트·예법·대사까지 전반을 검토하는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관행이 자리 잡히지 않은 한국에는 인위적인 절차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K-콘텐츠가 글로벌 소프트파워의 역할을 하는 지금, 그 안의 역사 인식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가는 콘텐츠 산업 전체의 구조적 과제로 부상했다. 이번 논란이 촉발한 국민청원과 지원금 환수 검토는 이미 그 논의가 시작됐음을 보여준다.   최윤서 수습기자 yschoi29@seoultech.ac.kr
문화
걸프 퓨처리즘, 양과 낙타의 시대에서 고층 건물의 시대로
 21세기 글로벌 자본주의의 고도화와 기술 발전의 상징적 공간으로 걸프 지역 및 아라비아반도 국가들이 주목받고 있다. △세계 최고층 빌딩 부르즈 할리파로 대표되는 초현대적 도시 경관 △사우디아라비아의 자동화 스마트 시티 네옴 프로젝트 △카타르가 월드컵을 위해 구축한 최첨단 인프라 등은 현대 기술 자본주의가 도달한 정점을 시각적으로 증명한다. 이처럼 척박한 환경 속에서 단기간에 이뤄진 급격한 지역적 변화와 그것이 토착 문화에 미친 충격을 학술적·예술적으로 포착해 낸 흐름이 존재한다. 바로 2010년대 이후 현대 미술계에서 급부상한 예술 사조인 ‘걸프 퓨처리즘’이다.  걸프 퓨처리즘은 카타르계 미국인 작가 소피아 알 마리아와 쿠웨이트 출신 아티스트 파티마 알 카디리가 2012년 내세운 개념이다. 이 사조는 고도화된 하이퍼 현대화 과정에서 발생한 시공간적 단절을 핵심 탐구 대상으로 삼는다. 알 마리아는 해당 사조의 형성 배경을 “역사적 축적 없이 유목 생활 방식에서 극단적인 자본주의 체제로 급격히 이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역사적 공백과 시간적 격차”라고 설명한다. 즉, 세대 간의 유기적인 변화 과정 없이 가장 고대적인 삶의 방식이 극단적인 부와 자본주의에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생긴 역사의 잃어버린 조각을 예술적 언어로 추적하는 것이 걸프 퓨처리즘의 시발점이다.    미래주의의 역사적 재해석과 탈식민주의적 관점    본래 ‘미래주의’라는 용어는 20세기 초 예술가 필리포 토마소 마리네티의 주도로 탄생한 이탈리아 예술 운동에서 유래했다. 당시 이탈리아 미래주의는 애국주의적 사상 속에서 구축됐으며, 속도와 기계, 전쟁을 찬양하고 기술을 통한 고전적 미학과 전통의 파괴를 주장했다. 이들은 과거에 대한 향수나 고전적인 미학 관념을 철저히 거부하며 서구 기술 문명의 승리를 확신했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 미래주의는 다양한 변형을 거치며 탈식민주의*적 관점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걸프 퓨처리즘 역시 이러한 비평의 연장선상에 위치한다. 서구 중심의 미래주의에서 기술적 진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했던 것과 달리, 걸프 퓨처리즘은 서구식 하이퍼 자본주의가 제3세계 혹은 아랍의 로컬 정체성과 충돌할 때 발생하는 균열을 다룬다. 이들은 단순한 기술 찬양을 넘어, 첨단 기술과 미디어가 사회를 뒤덮을 때, 원래 있던 토착 문화가 어떻게 소외되고, 또 그 안에서 어떻게 자신들만의 정체성을 다시 만들어가는지를 탈식민주의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소비 공간과 테크노문화: 걸프 퓨처리즘의 대표작    걸프 퓨처리즘 예술가들은 디지털 매체를 활용해 기술 문화의 내부 모순을 시각화한다. 소피아 알 마리아는 자신의 예술 설치 작품 ‘블랙 프라이데이’를 통해 두바이 몰이나 에미리트 몰 같은 대형 상업 공간을 분석의 중심에 둔다. 외부의 치명적인 사막 기후와 철저히 분리돼 24시간 인공 기후가 통제되는 쇼핑몰 내부에 걸프 지역 전통 복식인 칼리지 드레스를 입은 인물들을 배치함으로써, 고도 소비사회가 지역 주민들의 삶을 어떻게 소외시키고 파편화하는지 시각적 이미지로 제시한다.   ▲ 소피아 알 마리아, <블랙 프라이데이, 2016> 영상 스틸, 16분(출처=안나 레나 필름, 더 서드 라인)  국가 주도적 미래 서사와 현실의 구조적 모순    걸프 퓨처리즘이 국제 현대미술계에서 유의미한 비평적 성과를 거둔 이유는 걸프 국가들이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하는 미래주의 시나리오의 허구성과 구조적 모순을 정확히 짚어냈기 때문이다. 걸프 지역의 하이퍼-현대화는 단순히 민간 자본의 유입에 그치지 않고, 정부의 고도화된 전략에 의해 통제된다. △두바이의 2030 산업 전략 △카타르 국가 비전 2030 △2071년을 겨냥한 아랍에미리트의 인공지능 전략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기술이 제시하는 유토피아적 환상의 이면에는 분명한 그늘과 구조적 모순이 존재한다. 루브르 아부다비, 미래 박물관 등 선견지명 있는 프로젝트들은 표면적으로는 문화적 융합과 미래지향적 비전을 표현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삶의 현장에서 축적돼 온 실제 지역 공동체의 역사와 정체성은 개발 논리에 밀려 정지되거나 소실된다. 역사적 맥락이 사라진 채 급조된 공간은 인간을 주체적이고 역사적인 존재가 아니라, 고도 기술망에 종속된 일차원적인 소비자로 환원시킨다. 걸프 퓨처리즘은 이러한 국가 주도의 거대한 미래 서사가 어떻게 개인을 환경으로부터 단절시키고, 과도한 소비주의 속에서 인간소외를 심화시키는지 보여준다.    사막의 마천루, 그 화려한 블랙박스를 열다    우리대학 고연정 인문사회교양학부 교수는 걸프 퓨처리즘에 대해 “걸프 퓨처리즘은 오늘날의 스마트 도시와 첨단 기술 인프라를 내부의 작동 원리를 쉽게 파악할 수 없는 블랙박스에 비유한다”며 “이러한 시스템은 매끄럽고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규모가 커질수록 기술 이면의 자본 흐름과 물류 체계, 그리고 인간의 노동은 점점 더 보이지 않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고 교수는 “걸프 퓨처리즘이 지적하는 문제는 특정 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기술 발전을 곧 진보로 받아들이는 현대 사회 전반의 문제라 할 수 있다. 초고속 압축성장을 경험한 한국 사회 역시 이러한 문제의식과 무관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결국 걸프 퓨처리즘은 단순히 특정 지역의 이국적인 풍경을 시각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거대 자본과 하이퍼 테크놀로지가 결합했을 때 인간의 삶과 사회 구조가 어떻게 뒤흔들리는지를 전위적인 방식으로 증명해 냈다. 사막 위 마천루의 화려한 모습은 인류의 기술적 성취를 대변하는 듯 보이지만, 걸프 퓨처리즘의 비판적 렌즈를 거치면 그것은 자본의 욕망이 투영된 인공적 결과물이자 현대 테크노 문화의 한계를 드러내는 징후로 재해석된다.    *탈식민주의: 식민지의 획득과 유지를 지향하는 대외 정책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입장이나 태도   고유빈 수습기자 ub2006@seoultech.ac.kr
인터뷰
어느 한 순간의 푸른 봄을 연주하며
 중간고사가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캠퍼스에 축제의 열기가 찾아왔다. 지난 횃불제 ‘별빛 청춘 가요제’에서 첫 번째 순서로 무대에 오른 공망나니 팀은 「Beggin’」을 선보이며 최종 1등을 차지했다. 원곡의 분위기를 살린 보컬과 강렬한 악기 연주, 무대 초반부터 시선을 끈 인트로 퍼포먼스는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공망나니 팀에서 드럼을 맡은 공정호연 씨(공대자전·26)를 만나 팀 결성 과정부터 무대 준비, 수상의 순간, 그리고 그에게 밴드가 갖는 의미를 들어봤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26학번으로 입학한 공과대학 자율전공 공정호연입니다. 이번 횃불제 ‘별빛 청춘 가요제’에서 공망나니 팀으로 무대에 올랐고, 팀에서는 드럼을 맡았어요.    Q. 공망나니 팀은 어떻게 만들어진 팀인가요?  A. 공망나니는 횃불제 ‘별빛 청춘 가요제’에 참가하기 위해 모인 밴드예요. 원래 저를 제외한 다른 세 명은 같은 과동아리 소속이었고, 그 동아리 이름이 ‘개망나니’였어요. 소수 부원 중 지인이 있어 참여 제의를 받았고, 제가 새로 합류하면서 제 성인 ‘공’을 넣어 공망나니가 됐어요. 저는 중앙동아리 그레이무드에서 보컬을 맡은 김도현 씨와의 인연으로 함께하게 됐어요. 제가 막내이기도 하고 기존에 친분이 있던 팀원들 사이에 새로 들어가는 상황이라 조금 어색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팀원들이 편하게 대해줘서 금방 어울릴 수 있었어요.    Q. 이번 가요제에 참가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사실 공연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설 자리가 많지 않았어요. 중앙동아리 무대는 잘하는 분들이 워낙 많아 부담이 있었고, 가요제는 조금 더 가볍게 도전해 볼 수 있는 자리처럼 느껴졌어요. 마침 기회가 생겼으니 한번 오디션을 봐보자는 마음으로 지원했고, 처음부터 무조건 1등을 하자는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왠지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장난처럼 “상 받고 내려가자”고 말하기도 했지만, 사실 저는 진심으로 1등을 하고 싶었고 연습한 만큼 무대에서 잘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컸어요.    Q. 가요제 무대에서 「Beggin’」을 선곡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A. 저를 제외한 다른 세 명이 이전에 한 번 해봤던 곡이어서 익숙한 부분이 있었고, 밴드에서 곡을 정할 때는 보컬이 잘 소화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보컬을 맡은 김도현 씨가 먼저 곡을 정했고, 저희도 그 선택을 따랐어요. 「Beggin’」은 유명한 곡이기도 하고 관객들이 많이 아는 곡이라 무대에서 반응을 끌어내기에도 좋았던 것 같아요. 저희는 원곡의 느낌을 크게 해치지 않으면서도 무대 초반에 임팩트를 줄 수 있는 방향으로 준비했던 것 같습니다.    Q. 중간고사 직후 축제가 열렸는데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은 어땠나요?  A. 솔직히 말하면 학업 때문에 크게 스트레스 받지는 않았어요. 다른 팀원들은 이미 해봤던 곡이었고, 저도 드럼 파트가 엄청 어렵게 느껴지지는 않았거든요. 다 같이 모여서 합주한 건 시험 전 한 번, 시험 후 한 번 정도였고, 각자 개인 연습을 한 뒤 모여서는 합을 맞추는 방식이었어요. 저는 직접 드럼을 치는 시간보다 곡을 계속 듣는 게 도움이 많이 돼서 거의 하루 종일 들을 정도였고, 드럼은 집에서 쉽게 칠 수 있는 악기가 아니다 보니 많이 듣고 구조를 익히는 방식으로 준비했어요.    Q. 짧은 준비 기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과정은 무엇인가요?  A. 곡의 인트로 부분을 조금 바꾼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원곡에서는 초반에 베이스가 빠르게 들어가는 부분이 있는데, 그 부분이 어렵다 보니 조금 느리게 시작하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이후 팀원 중 한 명이 느리게 시작할 거면 아예 퍼포먼스처럼 구성해 보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실제로 해보니 훨씬 임팩트가 있었어요. 처음에는 실수를 줄이기 위한 변화였지만 오히려 무대의 강점이 됐고, 관객들에게도 그 인트로가 기억에 남았던 것 같아요.    Q. 준비하면서 어려웠던 순간도 있었나요?  A. 기술적으로 크게 막히는 부분은 없었지만, 심리적인 부담이 있었어요. 처음 합주할 때 제가 실수를 많이 했거든요. 제대로 연습을 못 해간 상태라 많이 틀렸고, 형들과 함께하는 자리다 보니 눈치도 보이고 부담이 컸어요. 그래도 팀원들이 괜찮다고 해줬고, 틀려도 서로 이해해 주는 분위기였어요. 그런 분위기 덕분에 부담을 조금 내려놓고 준비할 수 있었고, 오히려 합주하면서 점점 더 편해졌어요.    Q. 드럼을 맡은 입장에서 합주와 공연은 어떤 의미였나요?  A. 저는 합주했던 시간이 정말 좋았어요. 밴드를 하다 보면 공연만큼이나 합주도 정말 재미있거든요. 특히 드럼은 기타처럼 집에서 쉽게 칠 수 있는 악기가 아니라 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아요. 저는 중학생 때 2년 정도 드럼을 배웠고 중학교와 고등학교 때 밴드부를 하면서 꾸준히 쳤는데, 대학교에 와서도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 드럼을 칠 수 있어서 좋았어요. 팀원들과 합도 잘 맞아서 준비 과정 자체가 즐거웠고, 대학교에서 처음 선 공연이라 더 의미가 컸어요.    Q. 실제 무대에 섰을 때 관객 반응이나 현장 분위기는 어떻게 느껴졌나요?  A. 처음 무대에 올라갔을 때는 드럼 세팅을 하고 팀원들을 보느라 관객을 크게 신경 쓰지 못했어요. 그런데 앞을 보니 관객이 정말 많더라고요. 그때 떨리기보다는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준비한 만큼 보여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보컬 첫 소절이 시작되자마자 관객들의 함성이 크게 터졌는데, 그 순간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그렇게 크게 반응이 올 줄 몰랐고, 이후 연주가 강하게 시작되면서 함성이 이어졌을 때 이 무대에 오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Q. 공연을 마친 뒤에는 어떤 반응을 들었나요?  A. 공연 직후에는 주변 친구 중 무대를 본 사람이 많지 않아서 바로 반응을 듣지는 못했어요. 그런데 나중에 무대를 본 사람들이 “엄청 멋있었다”, “잘했다”고 말해줬어요. 칭찬을 많이 들어서 좋았지만, 무엇보다 좋았던 건 제가 무대에서 실수하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합주할 때는 꼭 한 번씩 실수를 했는데 실제 무대에서는 제가 할 수 있는 걸 다 보여주고 내려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원래 공연에서 실수하면 조금 주눅이 든 채 내려오고는 했는데, 이번에는 정말 신난 상태로 내려올 수 있어서 좋았어요. 밴드는 한 사람이 신나게 연주하면 그 에너지가 연주에서 드러나고, 듣는 사람도 함께 신나게 되는 것 같아요. 저뿐만 아니라 팀원들도 무대에서 내려온 뒤 다들 말이 많아진 걸 보면 같은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Q. 1등 팀으로 호명됐을 때는 어떤 마음이었나요?  A. 2등 팀이 먼저 발표됐는데 저희가 아니었어요. 그래서 저희는 떨어졌다고 생각했어요. 다른 팀들도 정말 잘했고, 특히 뒤 순서 팀들의 퍼포먼스가 강해서 그 팀들이 더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1등 팀으로 저희 이름이 불리자 정말 기뻤어요. 기대가 내려갔다가 한 번에 올라온 느낌이라 공연할 때보다 더 기뻤던 것 같고, 대학교에 들어와 처음 선 무대에서 1등을 했다는 점이 가장 크게 남았어요.    Q. 공망나니 팀의 무대가 관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A. 처음부터 시선을 끌 수 있는 인트로가 있었던 게 가장 컸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첫 번째 순서라 시간이 지나면 관객들이 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초반에 강한 인상을 남긴 덕분에 기억해 주신 것 같아요. 또 「Beggin’」이 익숙한 곡이다 보니 관객들이 함께 반응하기 좋았고, 저희도 원곡의 분위기를 살리면서 무대 위에서 즐기려고 했어요. 팀원들이 각자 맡은 파트를 잘 해냈고, 그 에너지가 관객들에게도 전해진 것 같습니다.    Q. 밴드 활동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A. 가장 큰 매력은 공연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많은 사람들 앞에서 준비한 것을 보여주는 경험은 흔하지 않잖아요. 저는 그 순간을 즐기는 편이라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좋아요. 또 취향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합주하고, 끝나고 같이 이야기하는 시간도 밴드 활동의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간다는 점이 좋아요.    Q. 앞으로 어떤 무대에 서보고 싶나요?  A. 다음에 또 무대에 선다면 각각의 악기가 더 돋보일 수 있는 무대를 해보고 싶어요. 이번 무대는 유명한 곡을 원곡에 가깝게 보여주는 느낌이 강했는데, 다음에는 솔로 파트도 넣고 팀원들이 각자 가진 실력을 뽐낼 수 있는 곡을 해보고 싶어요. 듣는 사람도 재밌고 하는 사람도 재밌는 무대를 만들고 싶고, 기회가 된다면 댄스부와 함께 밴드가 라이브로 연주하고 댄스부가 춤을 추는 무대도 해보고 싶어요. 한쪽만 돋보이는 무대가 아니라 밴드와 댄스가 번갈아 빛날 수 있는 무대를 구상해 보고 싶어요.    Q. 이번 횃불제 무대는 공정호연 씨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 것 같나요?  A. 이번 무대를 계기로 밴드 활동이 더 크게 다가오게 된 것 같아요. 음악을 직업으로 삼겠다는 생각까지는 아니지만, 취미로는 계속 열심히 하고 싶어요. 그냥 취미가 아니라 많이 열심히 하는 취미로 이어가고 싶고, 나중에도 밴드를 만들어 공연을 다니고 싶습니다. 이번 무대는 저에게 정말 좋은 추억이 됐고,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1등을 했던 순간까지 모두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관객분들도 즐겨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팀원들도 저를 잘 챙겨줘서 항상 감사했습니다.   정혜원 기자 hyewon5617@seoultech.ac.kr 김용하 기자 divine1251@seoultech.ac.kr
시사
친환경을 과장해 소비자를 속이는 행위, 그린워싱
 현재, 세계는 기후 위기라는 범지구적 재난에 처해 있다. 이에 몇몇 사람들은 제품을 구입할 때 성분이나 제조 공정을 확인하거나, 평소 친환경 활동에 참여하는 등 친환경적 삶을 택하고 있다.  기업은 환경 보전을 위해 ESG 경영으로 해당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ESG는 Environment(환경), Social(사회), Governance(지배 구조)의 약자로, 기업은 이를 통해 미래세대까지 생각하는 기업을 만들고자 한다.  그러나 실제 환경 보호 효과가 없는 제품이나 성과를 친환경 이미지로 왜곡해 나타내는 기업들 역시 존재한다. 이러한 행위를 ‘그린워싱’이라고 하며, 최근 친환경 생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그 수가 늘어나는 추세다. 그린워싱은 모호한 문구나 거짓 라벨링 등 다양한 유형으로 행해지며, 현재는 소비자들이 구별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이르렀다.   ▲ 현대자동차의 그린워싱 행위에 시위하는 사람들(출처=세계일보)  기업의 조작, 혼란을 겪는 사람들    친환경적 생활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학교 내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로 우리대학 재학생 이수범 씨(기계·26)는 “내가 사용하는 제품이 환경에 도움이 된다면 더욱 그런 제품을 이용할 것 같다”고 답하며 친환경 제품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친환경 생활에 대한 높은 관심도에 반해, 그린워싱이라는 개념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이 씨는 “그린워싱은 들어본 적 없지만 기업이 이익을 위해 퍼뜨리는 거짓 정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모르고 구매한 제품이 실은 그린워싱의 결과물이라면, 생산 기업의 다른 제품을 구입하지 않을 것 같다”며 해당 문제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이 씨는 “실제 친환경 성과와 그린워싱을 판단할 수 있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며 정부와 사회가 해야 할 노력에 대해 의견을 제시했다. 추가로 “소비자가 시장의 정보를 신뢰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소비자로서의 입장을 표명했다.  환경산업기술원에서 2020년부터 2024년까지 4년간 공개한 그린워싱 적발 추이에 따르면, 총 110건에서 2,528건으로 약 23배 급증했다.  실제로 현대자동차에서 지난해 공시한 지속가능보고서에 자체 공장에서 소비된 철강의 물량만 기록되고, 협력사 공정 과정에서 사용된 철은 누락된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시민들은 현대자동차 본사 앞에서 시위를 하며 기업의 행동을 비판했다. 해외에서는 미국 대형 유통사인 월마트가 ‘대나무로 만든 친환경 제품’이라며 선전한 24개의 섬유 및 의류 제품이 합성섬유로 제작됐다는 것이 밝혀졌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는 월마트의 행위를 그린워싱으로 규정하고 300만 달러의 배상금 처벌을 내렸다.  그린워싱이 증가하는 이유에 대해 우리대학 김준범 환경공학과 교수는 ‘환경’이라는 키워드에 집중해 그 원인을 설명했다. 김 교수는 “예전에는 기업들이 환경을 비용이 나가는 항목으로 분류한 반면, 현재는 기업의 친환경 이미지, 환경 경영 이슈로 인해 환경을 기회 부분으로 활용하려 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국내 그린워싱 규제는 실질적인 과태료나 고발보다는 시정 명령 및 행정지도 중심으로 이뤄진다”며 현재의 미흡한 규제 현황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로 인해 기업의 그린워싱 행위와 소비자들의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규제와 소비자의 대처    그린워싱에 대한 소비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정부 기관들은 전체적인 규제를 강화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업의 성과에 구체적인 수치와 공식 인증 기관의 검사 결과를 의무적으로 기재하도록 했으며, 환경부는 과징금 제도를 정비했다. 김 교수는 “법적 제재가 강해지면 실질적인 처벌과 기업 이미지 실추 및 매출 하락 등의 타격이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규제가 강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린워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현재도 그린워싱은 계속 적발되고 있으며 환경 단체의 고발도 증가하고 있다. 김 교수는 “소비자들이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고 활용할 때 더 꼼꼼히 살펴야 한다”며 소비자들이 갖춰야 할 태도에 대해 언급했다. 또한 김 교수는 “친환경 인증 마크와 같이 기업의 자체적 조작이 가능한 요소에는 소비자들의 현명한 판단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홍준표 수습기자 jasonalice06@seou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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