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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자기 결정권을 존중해주세요.
편집장 ㅣ 기사 승인 2020-11-15 23  |  638호 ㅣ 조회수 : 154

낙태죄? 자기 결정권을 존중해주세요.



  10월 6일(화), 현 정부는 인공임신중절수술(이하 낙태) 허용 시기를 임신 14주로 정하는 내용을 담은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 개정안은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4월 “임신한 여성이 스스로 낙태하거나 임신 여성의 승낙을 받은 의사가 낙태하는 것을 처벌하는 형법 제269·270조가 임신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과잉 침해해 위헌이다”라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림에 따른 후속 조치다. 개정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낙태죄를 유지하자는 것이어서 낙태죄를 완전 폐지하자는 의견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입법 예고를 한 지 벌써 한 달이 넘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양측은 여전하다. 현재진행형인 낙태죄에 관해 생각해보자.



이번 개정안, 근본적인 해결책일까?



  현행 낙태죄와 개정안을 비교해보자. 현행법상 낙태죄 처벌은 형법과 모자보건법을 근거로 한다. 먼저 현행 모자보건법은 ▲임부나 배우자에게 유전적 질환이나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성범죄에 따른 임신이나 근친 관계 간 임신 ▲임부의 건강이 위험한 경우만 임신 24주 이내에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사실상 임신한 여성이 출산을 원하지 않더라도 낙태가 어려운 셈이다. 현행 형법 제269·270조는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임부 ▲임부의 낙태 수술을 한 자 ▲낙태 수술 중 임부를 상해에 이르게 하거나 사망한 자 등을 처벌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낙태 수술을 한 자와 해준 자 모두 처벌받는다. 또한 현행법은 임신이 혼자만의 책임이 아님에도 남성은 배제되고 임부에게만 모든 처벌과 책임이 집중돼있다.



  이번 개정안은 임부의 임신 유지·출산 여부의 결정 가능 기간을 임신 14주·24주로 구분해 낙태를 허용한다. 임신 14주 이내에는 일정한 사유나 상담 등 절차요건 없이 자기 의사에 따라 낙태를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임신 15주∼24주 차에는 모자보건법에 규정된 낙태 허용 사유에 더해 사회적·경제적 사유가 있는 때에만 낙태가 가능하다. 사회적·경제적 사유로 낙태를 하는 경우, 지정 기관에서 상담 및 24시간의 숙려 기간을 거쳐야 사유를 입증한 것으로 간주한다. 또한 여성의 자기 결정권 침해 비판이 있던 기존 모자보건법상의 배우자 동의 요건도 삭제했다. 하지만 현행 형법의 낙태한 임부와 낙태 수술을 진행한 의사 처벌 내용은 그대로 유지하고, 의사에게 낙태 진료 거부를 허용했다.



왜 이번 개정안은 환영받지 못하는가



  이번 개정은 사유 없이 낙태 가능, 배우자 동의 요건 삭제 등 눈에 띄는 개선이 존재한다. 그런데도 ▲형법 제269·270조의 유지 ▲14주 주 수제한 ▲상담 의무화와 숙려기간 ▲의사에게 주어진 낙태 거부권 ▲임부와 수술한 의사만 처벌하는 점 등으로 인해 논란이 지속하고 있다.



  14주 주수제한에 관해 개정안을 지지하는 측에서는 OECD 주요 국가들도 14주를 채택하고 있기에 ‘법익의 균형’을 고민한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12~14주로 주수제한하는 국가들은 대부분 1960~70년대의 입법이다. 해당 국가 내에서도 비판이 많을뿐더러 세계적인 국제인권기구인 WHO나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 등은 낙태죄 철폐를 권고하고, 안전한 임신중절을 목표로 삼고 있다. 또 상담 의무화와 숙려기간에 관한 형법개정안을 살펴보면 “모자보건법에서 정한 상담 절차에 따라 임신의 지속, 출산 및 양육에 관한 충분한 정보를 받고 숙고 끝에 임신을 지속할 수 없다는 자기 결정에 이른 경우”라고 서술돼있다. 개정안이 기본값을 ‘임신 유지’로 상정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부분이다. 게다가 숙려기간은 절차가 생길수록 낙태의 시기가 미뤄지고 방해하는 장벽이 되기 때문에 여러 국제인권기구에서도 폐지를 권고하고 있는 부분이다.



  의사의 거부권 조항 또한 비판받고 있다.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의사 거부권이 있는 국가 중에서도 '실질적 연계'를 하도록 하는 경우가 있다”라며 “다른 산부인과를 소개할 경우 또 거부당할 수 있으니, 빠르게 임신중절을 할 수 있는 병원을 소개해야 할 의무를 주는 것이다”라고 타 국가의 경우를 설명했다. 하지만 “개정안은 상담 기관 연계만을 규정해서, 거부권이 행사되면 수술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라며 비판했다.



  이번 개정은 임신 주수를 기준으로 낙태죄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마다 신체적 조건이 다르고 정확한 임신 주수 확인이 어렵기에 이와 같은 기준은 타당하지 않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또한 낙태 수술을 진행할 의사에 관해 명확한 직종이 명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보완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무엇보다 필요한 사회적 시선의 변화



  우리나라는 낙태한 여성을 대하는 사회적 태도가 굉장히 냉소적이다. 낙태로 인해 몸과 마음이 상했을 여성을 배려하기보단 임신 중단을 ‘태아살해’ 행위로 보며 여성에게 죄책감을 지운다. 이러한 사회적 시선의 변화가 필요하다. 그 첫걸음이 바로 낙태죄 폐지이다. 낙태죄가 존재하는 한 낙태는 불법이기에 좋지 않은 시선이 따라붙을 수밖에 없다. 또한 불법이라 숨어서 낙태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합법일 때보다 더욱 안전한 낙태가 어렵다. 이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논의, 무엇보다 낙태에 있어 주체자인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존중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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